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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팹리스, 미래를 묻다]리벨리온 "엔비디아 뛰어넘을 AI 반도체 양산, 꿈이 아니다"①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인텔·스페이스X 출신 전문가

김혜란 기자공개 2022-07-11 13:07:01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7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 오랜 기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볼모지'로 불렸다. 미국의 퀄컴이나 엔비디아, 대만의 미디어텍 같은 '스타 팹리스'를 국내 시장에서 보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기업인 삼성전자(시스템LSI사업부)와 LX세미콘을 빼면 매년 이익 내는 곳을 손에 꼽을 정도로 팹리스 생태계는 침체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팹리스에 재무적 투자자(FI)는 물론 전략적 투자자(SI)의 돈이 몰리고 있다. 투자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여겨졌던 'K-팹리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설립한 지 2년도 안 돼 국내 최대 통신사 KT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벌써 투자금 약 1200억원을 끌어모은 국내 팹리스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리벨리온이다.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은 리벨리온의 어떤 점을 높게 평가했을까.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 인텔(Intel Labs)과 우주기업 스페이스X, 모건스탠리 등을 거쳐 2020년 9월 리벨리온을 창업한 박성현 대표(사진)를 직접 만나봤다. 박 대표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테마섹이 리벨리온에 투자한 건 팹리스 종주국인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그 바통을 이어받을 팀이 한국과 대만에서 나올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AI 반도체 시장을 인텔과 엔비디아가 점령했다면 '제2의 엔비디아'는 한국이나 대만에서 나올 것"이라며 "한국에선 리벨리온이 대표주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벨리온은 자체 개발한 신경망처리장치(NPU)로 현재 AI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압도한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KT가 전략적 투자자(300억원 투자)로 합류하며 힘을 보탰다.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기업인 KT와의 공고한 거래 관계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박 대표와의 인터뷰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리벨리온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세계적 팹리스의 탄생, 꿈만은 아니다

4차산업이 고도화하면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다. AI 반도체 설계에 매달려온 국내 팹리스에는 세계 무대로 나설 기회가 열리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국내 팹리스 생태계 강화를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인텔에서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하고 스페이스X에서 NPU를 연구했던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스타트업을 세운 이유다.

박 대표는 "한국이 팹리스 불모지란 말에는 70%만 동의한다"며 "지금까지 대기업 팹리스가 해온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엑시노스(삼성전자 자체 AP)가 있었기에 삼성전자가 세계 최정상급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었다"며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맨파워는 여전히 세계 정상급"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만처럼 경쟁력 있는 팹리스가 한국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건 뼈아픈 일이다. 1세대 독립 팹리스들이 삼성이나 LG 등 내수 시장에 묶여 크게 도약하지 못한 탓이라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박 대표는 "자본집약적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지식집약적'인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강력한 모티베이션(동기부여), 빠른 의사결정체제가 핵심"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이 유리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대기업이 이끌어온 국내 팹리스 생태계가 스타트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박 대표는 "미국 애플의 인력들도 스타트업으로 흩어지고 있다"며 "또 미국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공부 기간은 긴데 연봉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도체는 사양산업으로 여겨지고 소프트웨어 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세계 최강 팹리스들이 밀집한 미국의 변화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리벨리온은 어떻게 그래픽카드(GPU) 시장 점유율 1위 엔비디아를 넘어설 수 있을까.

◇CPU, GPU 넘어 NPU 시대가 온다

리벨리온은 NPU를 개발하는 회사다. NPU는 데이터 학습과 추론 등 AI 기술을 구현해내는 시스템 반도체다. 그는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엔비디아는 GPU 최강자이나 새롭게 형성되고, 떠오르고 있는 NPU 시장엔 아직 강자가 없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NPU의 '대장'은 누가 될 거냐 찾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테마섹 등 해외 FI가 리벨리온에 투자한 것도 NPU 시장의 성장성, 리벨리온의 잠재력 모두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우리의 경쟁 상대는 NPU 업체가 아닌 GPU 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은 NPU 기업들이 동반성장해 GPU가 잠식한 AI 시장에 스며들고 파이를 가져와야 할 때란 게 그의 설명이다. NPU 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그다음이다.

GPU는 그래픽 연산, 특히 3차원(3D) 관련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칩이지만 연산 속도가 빠르다보니 AI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돼왔다. 그러나 AI 연산 처리를 목적으로 개발된 반도체가 아니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많고 비효율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한 AI 전용 반도체가 NPU다.

과거엔 AI가 많이 쓰이지 못했기 때문에 CPU나 GPU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4차산업 시대로 진입해 AI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면서 NPU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CPU에서 GPU, NPU로 이어지는 기술적 진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인 셈이다.

그는 "지금 GPU가 하는 일은 CPU가 다 할 수 있다. 그런데도 GPU를 쓰는 건 훨씬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며 "역시 NPU가 하는 모든 일을 GPU가 할 수 있으나 AI를 훈련시키고 서비스하는 건 NPU가 가장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 앞으로 NPU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리벨리온은 금융용 AI 반도체 '아이온(ION)', 서버용 '아톰(ATOM)'과 '리벨(REBELL)'을 차례로 선보여 이제 개화하는 글로벌 NPU 시장을 선점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리벨리온 임직원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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