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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단상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2-07-07 07:17:50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6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7월초인데 벌써 열대야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다. 8월 한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동남아처럼 아열대 기후가 되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느껴진다. 여기다 전기요금 인상 소식까지 전해지며 불쾌지수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7월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5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전기를 만드는 연료비 구입단가가 오르면서 인상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발전량 기준으로 석탄(단가 101원)과 액화천연가스(122원)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낮은 원자력(56원) 비중은 30% 초반대다. 석탄과 LNG 가격의 변동에 민감한 구조다.

한전의 재무여건 악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총자산 211조원, 발전사 6곳을 포함해 자회사만 158개를 거느린 한전은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이 5조2200억원에 달하면서 재무구조도 어느 때보다 취약해졌다. 올해는 적자폭이 30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까지 전해진다.

이번 전기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등의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다. 한전이 kWh시당 1원 인상하면 연간 수입이 53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번 조치로 연간 1조3000억원의 적자 개선 효과가 발생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공룡 공기업'이라 불리는 한전의 상황이 딱하다. 원가 변동 부담을 한전이 온전히 짊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채권 발행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한전에게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적자를 메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적자를 메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기료 인상'이다.

그 때문인지 한전을 비롯한 산업당국은 꾸준히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료가 싸다고 홍보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34개국 중 4번째로 저렴하다고 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과 일본은 지난 3월 기준 전기 요금을 평균 36% 인상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전기료 인상을 위한 사전 포석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전기 사용량 중 가정용은 14%에 불과하다. 공공부문과 서비스용이 32%를 차지하고 나머지 53%는 산업용 전기다. 그래서 산업용 전기료를 올려야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속적인 가격 인상으로 현재 산업용 전력 단가는 가정용에 비해 kWh시당 4원 정도 싼 편이지만 '산업 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40년 넘게 낮은 가격을 유지해 오고 있다.

빈부와 상관없이 전기는 모든 국민에게 필수재인 까닭에 '전기료 인상'은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름 없다. 팍팍한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통계청은 이번 전기·가스요금발(發) 공공요금 인상으로 소비자 물가가 최소 0.2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IMF 외화위기 수준인 6%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료 체계를 손봐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로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연료비 변동분을 적기에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석탄·석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던 올해 1·2분기에도 잇따라 동결해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기재부나 산자부, 한국은행 모두 할말은 많지만 조심스럽다.

첫번째 인상은 시작됐다. 10월에도 한차례 더 전기료가 인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생각지도 않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너무 크다. '근검절약'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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