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08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자동차부품사 대원강업은 지난해 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간 실적이 적자전환한 건 2008년(-41억원) 이래 13년 만의 일이다. 국내를 제외한 해외법인이 줄줄이 적자를 낸 영향이다. 코로나19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사실 대원강업의 성장 정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초중반 빠르게 덩치를 키우며 매출 1조원 이상을 찍었지만 2016년 이후 되레 외형이 줄어들고 있다. 수익성 부진도 병행되며 실적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이에 회사는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부진의 원인인 해외법인 지분을 일부 정리하고 친환경차 부품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법인 설립해 매출 1조 달성, 2017년 사드 직격탄

1946년 설립된 대원강업은 70년 넘는 세월 동안 자동차부품 한 우물을 파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오일쇼크와 IMF 외환위기 등 각종 풍파를 겪으며 사업을 하느라 조단위 매출에 도달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출범 47년 만인 1993년 처음 매출 2000억원대에 진입했고 그로부터 9년 뒤인 2002년 3000억원대로 올라섰다.


이후로는 탄탄대로였다. 2004년 4000억원대를 거쳐 2010년 연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여기엔 잇따라 해외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대원강업은 2005년 중국 북경대원을 시작으로 △미국 대원아메리카(2006) △인도 대원인디아(2007) △러시아 대원솔레루스(2008) △폴란드 대원유럽(2008) △중국 강소대원(2011) 등 현지법인을 세웠다. 글로벌 생산체계 구축 차원이다. 자연히 매출 확대에 탄력이 붙었다. 2011년 7000억원대로 뛰어오르더니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2년 마침내 1조원을 넘겼다.

성장세가 꺾인 건 2017년이다. 매출이 1조282억원으로 전년(1조761억원) 대비 4.5% 감소했다. 사드사태로 인해 현대차·기아의 중국 내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컸다. 주요 매출처인 양사를 따라 중국 현지에 설립한 법인과 공장이 사드이슈와 만나 동반 부진에 빠진 것이다.


당시 중국이 포함된 아시아 지역 매출은 1537억원으로 전년(2124억원) 대비 27.6% 감소했다. 130억원이었던 영업익은 -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해외 생산실적이 전년 대비 5.5% 줄었는데 이 역시 중국공장 생산 감소 탓이었다. 수익성 악화도 동반됐다. 2010년 8.66%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2017년엔 3.72%로 떨어졌다.

이때부터 매출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년 1조원 미만으로 내려오더니 2020년 8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심지어 지난해엔 영업적자도 냈다. 사드 후폭풍이 수년째 '현재진행형'인데다 코로나19와 반도체 쇼티지까지 겹치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법인 지분 70% 매각, 친환경차 부품 '신사업' 투자

이에 대원강업은 지난해 중국법인(북경대원·강소대원) 지분 정리를 결정했다. 중국 자동차 스프링 생산업체인 메이리사에 양사 지분을 각각 70%씩 넘겼다. 매각대금은 북경대원 77억원, 강소대원 20억원으로 파악된다. 메이리사는 1990년 출범한 현지 스프링 생산기업으로 중국 내 3위 수준이다.

이전까진 양사 모두 대원강업의 100% 자회사였으나 현재는 연결대상 회사에서 제외돼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여전히 지분 30%를 들고 있는 2대주주로서 기술 제휴계약 등을 통해 개발과 생산, 품질을 함께 살피고 있다. 중국 사업장이 글로벌 소싱을 하는데 필수적인 만큼 주재원들이 계속 머물며 생산과 영업활동을 지원한다.

대원강업 관계자는 "중국 내 동종업계에 지분을 매각했지만 기존 거래처에 계속 물량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기술이나 품질 등을 봐주고 있다"며 "지분 매각으로 경영적인 부분과 재무활동 등만 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매각대금으로는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차량용 스프링과 시트 외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결과다.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진 않지만 친환경차 부품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비중있게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대원강업 관계자는 "기존 스프링·시트와 결이 다른 친환경차 부품 쪽으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주활동을 하더라도 설비 구축과 기술 적용, 납품으로 가기까진 아직 먼 일이라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실적을 살펴보더라도 친환경차를 포함한 미래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원강업은 정밀스프링연구실에서 수소차용 연료전지 소형화 엔드플레이트를 개발했다. 이미 현대차에 엔드플레이트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트연구실에서는 자율주행차에 적용가능한 3H(Health, Healing, Helpful) 지능형 시트를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