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강업 줌인]현대차보다 '긴' 역사, 스프링·시트로 성장한 76년창업주 3인 '의기투합'…2010년대 중반 연매출 1조 달성, 6개국 7개 법인 운영
유수진 기자공개 2022-07-11 07:40:04
[편집자주]
대원강업은 해방 직후 설립돼 80년 가까이 자동차용 스프링과 시트사업에 집중해 온 부품사다.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태다. 오너2세 허재철 회장이 고령(올해 76세)인 만큼 머잖아 승계가 본격화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더벨은 변화를 앞둔 대원강업을 다각도에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4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원강업은 차량용 스프링과 시트를 제작·판매하는 부품사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9월 출범해 올해로 76주년을 맞았다. 업력만 놓고보면 국내 대표 자동차 메이커이자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1967년 설립)보다 19년이나 길다.70년 넘게 자동차부품 외길을 걸어 연매출 1조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생산·공급체계도 갖췄다. 해방 이후 격변의 시기를 뚝심있게 견디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배경엔 '쇠를 위주로 하는 제조업이 국가발전에 초석이 된다'는 창업주들의 신념이 있다.
◇창업주 3인, '대한철강' 설립…국내 자동차산업과 함께 성장
대원강업은 고 허주열 명예회장, 고 허송열 명예회장 형제와 고 허백 명예부회장이 합심해 만들었다. 현재는 허송열 명예회장의 장남 허재철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스프링, 시트 관련 소재 개발부터 제품 설계, 생산, 설비, 기술제공까지 '일관생산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첫 간판은 '대한철강'으로 달았다. 남대문에 위치한 철재 판매장 건물을 수리해 작은 스프링공장으로 만든 게 시초다. 이름만 공장일 뿐 규모는 대장간 정도에 불과했고 수시로 전기가 나가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47년 7월 판스프링 출시로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출범 4년 만에 6·25전쟁이 터진 것이다. 공장은 잿더미로 변했고 직원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창업주들은 때를 기다렸다. 1952년 전쟁이 소강상태에 놓이자 영등포 양평동에 임시공장을 세우고 다시 기계를 돌렸다.
1954년 수입에 의존하던 기차용 스프링 개발에 성공했고 이듬해 자동차용 스프링을 만들어 국산차 효시인 시발자동차에 공급했다. 당시 버스용 판스프링은 모조품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빨간색으로 도색돼 '빨강스프링'이라고 불렸다.
공장이 공장다운 모습을 갖춘 건 1958년 당산동으로 확장 이전하면서다. 1960년엔 허주열 창업주의 뜻에 따라 사명을 대원강업으로 바꿨다. 이후 새나라자동차와 신진자동차에 스프링을 공급하며 꾸준히 사세를 확장해나갔다. 1964년엔 국내 부품사 최초로 베트남에 제품을 수출하기도 했다.
시트사업에 첫발을 내딛은 것도 이때쯤이다. 설립 20년 만의 사업다각화였다. 기차용 시트로 시작해 버스용, 승용차용으로 점차 범위를 넓혔다. 차량용 시트 생산에 뛰어든 건 1966년 9월이다. 이렇게 시트는 스프링과 함께 회사를 지탱하는 두번째 축이 됐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11.4%를 책임지고 있다.
◇1976년 거래소 상장, 6개국에 생산·공급체계 구축
대원강업은 수차례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단 평가를 받는다. 1970년 초반 오일쇼크와 정부의 승용차 등록 억제정책 등 잇단 악재에도 1975년 부평공장을 설립했고 1976년엔 기업공개(IPO)까지 밀어붙였다. 당시 IPO를 두고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회사를 국민적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창업주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1979년 제2차 오일쇼크가 산업계 전반을 뒤덮었을 땐 역발상으로 이겨냈다. 중동시장을 개척해 수출로 내수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한 것이다. 1980년대엔 대우자동차 르망에 차량용 시트를 공급하며 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1983년과 1985년 인천에 잇따라 시트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을 때 매각했다.
현재 대원강업은 6개국에 7개 현지법인을 설립해 전세계를 커버하는 글로벌 생산·공급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 인도, 폴란드, 멕시코에서 스프링공장을, 러시아에서 시트공장을 돌리고 있다. 내수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적극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결과다.
주요 고객사로는 현대차·기아 뿐 아니라 GM과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BMW 등 해외 완성차업체들을 두고 있다. 이들에게 코일스프링이나 스테빌라이저바 등을 공급한다. 물론 여전히 현대차·기아 의존도가 높다. 올 1분기 양사로부터 올린 매출은 전체의 51.5%다.
그렇게 대원강업은 2010년대 중반 매출(연결 기준) 1조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차량용 스프링 기준 전세계 3위권이다. 1986년 설립한 기술연구소 외에도 별도의 전담부서(시트연구실·정밀스프링연구실)를 두고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최근 스프링분야는 차량 경량화와 고기능화, 형상 최적화, 내구 성능향상 등이 주요 이슈다. 이에 맞춰 각종 핵심부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트는 인간공학적이며 다기능화된 제품 개발에 힘쓴다. 경량화 재질의 마그네슘으로 스틸을 대신할 수 있도록 신소재 관련 각종 선행기술 및 기초기술 연구를 추진 중이다.
연구개발비로는 전체 매출액(별도 기준)의 3% 안팎을 쓰고 있다. 다만 최근 10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이후 개발비가 매년 줄고 있는 추세로 파악된다. 2014년엔 300억원 가까이 투자했으나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2017년 이후엔 2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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