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08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의 가전에는 명품을 지향하는 플래그십 라인들이 있다. 비교적 잘 알려진 'LG오브제컬렉션'부터 상위버전에 해당하는 'LG시그니처'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넘사벽일지라도 고급화 전략으로, 한때 계륵으로 취급받던 생활가전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놀랍게도 이들보다 더 상위 버전이 존재한다. 이름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그야말로 LG가전의 최상위 라인업이다. 프리미엄 가전의 대표급으로 불리는 주방 '빌트인' 패키지를 취급한다. 특이한건 LG브랜드를 붙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LG 초(超)프리미엄 전략의 대표주자나 다름 없는데도 로고에서 LG란 단어가 빠져있다.
얼마 전 만난 취재원은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을 공략하기 위한 네이밍 전략"이라며 "LG전자는 명품이 즐비한 해외 빌트인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아 프리미엄 마케팅을 구사하기엔 불리하다고 판단, LG시그니처에서 LG이름을 빼고 수출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LG전자가 진출하려는 유럽은 빌트인의 본고장이나 다름없다. 독일 명품 가전 브랜드 '밀레'는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 일반 소비자들에겐 장벽이 높지만 명성은 자자하다. 그곳에서 명품 전략을 펼치려면 기존 '서민형' 이미지를 탈피해야 했다.
밀레는 가장 저렴한 냉장고도 400만원으로 시작해 고가제품은 2000만원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LG전자 냉장고는 일반 20~100만원대, 오브제컬렉션은 100~600만원대, LG시그니처는 900만원대로 가격대가 낮게 형성돼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 경쟁력은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가 좌우한다"며 "무엇이 좋은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명품 잡화처럼 이름만 들어도 그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올해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주력 브랜드로 밀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이달 초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해당 전시 부스를 직접 챙길 정도로 유독 힘을 쏟고 있는 브랜드다.
최근 가전업계에 미친 'R의 공포'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물가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맞물리면서 유럽 등 전역에서 가전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실제로 2분기 삼성과 LG 모두 TV, 생활가전, 모바일 등 수요감소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의 구매력은 이런 경기 불황에 큰 영향이 없다. 고부가가치 제품은 마진율도 높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는데 유리하다. 삼성전자도 비스포크 상위 브랜드인 인피니트, 데이코 등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불현듯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이 떠오른다. 차 전면부 그릴에서 과감히 현대차 로고를 빼며 유럽 등 글로벌 전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났다. 제네시스가 고소득층 사로잡기에 성공했던 것처럼, LG가 빠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도 불황속 타개안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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