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가전·TV' 주문량 감축 돌입…부품업 연쇄 타격 DP·반도체 소부장 전방위 재고 급증…거래선 다각화, 2차전지 등 신시장 발굴 노력
손현지 기자공개 2022-07-13 10:50:44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1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방산업에 해당하는 세트업체들이 부품 주문량을 조절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조에 모바일, TV, 가전제품 등 전자기기 소비가 위축되자 생산량 감축을 위해 디스플레이, 메모리반도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부품 신규주문 중단에 나섰다.전방산업에 해당하는 세트업체의 주문이 줄어들자 후방산업인 부품업계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하이엔드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수요는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전체적인 수주규모 자체가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신규 판매처 확보에 돌입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은 2차전지, 태양광, 전장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활로를 개척하려는 모습이다.
◇세트사 신규 발주 중단, 하반기 디스플레이 수익성 우려
11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은 최근 신규 수주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트사들이 하반기 출하량 계획을 수정하면서 발주물량을 줄인 여파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세트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부품 중단에 나섰다.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삼성전자가 재고 급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규 디스플레이 조달 주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모니터·노트북용 패널 시장의 '큰 손'인 델 테크놀로지도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델은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CSOT 등 주요 패널 공급사를 상대로 오는 3분기 모니터·노트북용 패널 주문량 기존 대비 50% 줄이겠다고 통보했다"며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하반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세트업체에서 주문을 적게 넣으니 디스플레이 재고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패널 평균 재고 일수가 56일로, 약 2주분(13일)의 잉여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체별로는 BOE 72일,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테크놀로지(CSOT) 70일, LG디스플레이도 67일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세트사들은 플렉서블, LTPO OLED 등 프리미엄 제품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주문은 늘리는 추세"라며 "새로운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략 키워드 '재고 건전화'
세트사들이 출하량 계획치를 하향 조정한 건 최근 전 세계적으로 TV, 모바일, 가전 수요가 급감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간 코로나 펜데믹 효과로 집콕 수요가 늘어 가전기기 펜트업 효과를 봤던 것과 달리 올 들어 엔데믹 기조에 판매량이 줄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원자재·에너지·식량 등의 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급감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 해외법인장 240명이 참석한 글로벌 전략협의회 공통 주제도 '재고 건전화'였다. 스마트폰, TV·가전 등 사업 분야를 불문하고 재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지난 3월 전망치 2억1164만대에서 최근 2억879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수요 전망치도 악화됐다. 삼성전자도 당초 스마트폰 출하량 올해 목표를 3억3400만대로 잡았다가 최근 2억7000만~2억8000만대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TV·태블릿PC 출하량은 작년 피크를 찍었다" "올해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세트사들의 재고소진 속도도 늦춰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49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3775억원) 대비 53.9%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4일로 예년 대비 약 2주 정도 더 길어져 사상 최고치 수준에 근접했다.
재고회전일수는 보유 중인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기간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크고 영업이익은 줄어든다. 제조사의 평균 재고회전일수가 70~80일 수준이라는 점에서 국내 주요 세트업체의 재고관리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부장 업계 돌파구,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세트사들의 감산은 디스플레이업계 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마트폰과 TV 등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MLCC 등 다양한 부품의 재고도 쌓여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MLCC의 재고일수는 90일 이상이며, D램은 10~14주 이상으로 늘어났다.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간다.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도 TV·가전 수요 감소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수요가 줄자 새로운 시장 발굴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또 다른 디스플레이 생산지인 중국도 상하이 락다운(폐쇄) 여파로 수요가 막힌 상황이라 소부장 업체들은 2차전지, 태양광 등 사업으로 다각화를 하고 있다"며 "삼성전기 등은 MLCC 외 차량용 카메라 통신모듈 등 전장부품 쪽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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