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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엔켐, 잇단 리픽싱에 오버행 리스크 '가시화'②올해 총주식수 대비 14% 전환 가능, 주가 하락 탓 가격 조정…추가 투자 유치 여지도

김소라 기자공개 2022-07-22 09:52:20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8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전해액 제조사 '엔켐'이 올해 신주 물량 대량 출회 가능성을 안고 있다. 과거 증권 발행 계약을 맺고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영향이다. 이 계약에 따라 신주가 발행되는 시점이 대부분 올해 몰려있어 당장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최근 금리 인상 정책으로 증시가 침체되며 메자닌의 전환가액이 수차례 조정되고 있는 점도 향후 신주 발행 물량을 더 늘린다는 측면에서 지배력 희석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엔켐은 올해 들어 과거 발행한 메자닌에 대해 여러 차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실시했다. 이는 모두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물량이다. 올해 전반적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그리면서 과거 발행해뒀던 메자닌에 대한 전환가액을 낮추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CB와 BW에 대해 총 다섯 차례 리픽싱이 이뤄졌다.

◇잇단 메자닌 발행, 주가 하락에 리픽싱 '역풍'

엔켐은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메자닌을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이후로도 이같은 기조는 계속해서 유지됐다. 기업공개(IPO) 한달만인 지난해 11월 29일 발행한 10회차 BW가 대표적이다. 엔켐은 이를 통해 코스닥 공모 자금(약 950억원)과 맞먹는 9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조달했다. 이미 당해 5월엔 총 3차례 CB 발행을 통해 300억원을 수혈한 상태였다.


엔켐의 과감한 자금 조달 전략은 대규모 물량 출회에 대한 부담을 내포한 오버행 이슈로 이어지게 됐다. 당장 7, 8, 9회차 CB와 10회차 BW는 올해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발행 가능한 총주식수는 기발행 주식수 대비 13% 수준인 197만9408주였다. 하지만 올해들어 잇단 리픽싱으로 사채 인수자들이 전환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주식수는 전체 발행주식수 대비 14%를 상회하는 213만9026주까지 확대됐다.

향후 BW가 최저 조정가액인 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 조정된다고 가정하면 기발행 주식수 대비 16%에 달하는 240만5622주로 발행 물량이 늘어난다. 7, 8, 9회차 CB의 경우 엔켐이 시가를 하회하는 발행가액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마다 전환가액이 조정되는 조건이다. 따라서 향후 유증 진행 여부에 따라 추가 리픽싱 가능성이 존재한다.

메자닌은 주로 기관들이 주가 상승을 노리고 사채 전환을 통해 투자 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강한 만큼 향후 일정 시점에 대규모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크다. 엔켐 사채 인수자들 역시 회사와 직접적인 사업적 협력 관계가 없는 벤처캐피탈(VC) 및 금융기관들로 이뤄져 있다 보니 때를 맞춰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유인이 높다.

다만 엔켐의 주가는 최근 들어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며 이달부터는 4만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인수자 입장에선 당초 기대치 만큼의 차익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BW는 전환가액이 7만8677원으로 현재 주가 보다 높은 상황이다. 엔켐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주당 9만~13만원대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 가시화된 금리 인상 정책에 따라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서 엔켐 역시 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오정강 대표, 추가 투자유치로 지배력 더 약화될수도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고 쌓여있는 메자닌 물량들은 오정강 대표의 지배력 약화 문제와도 직결될 전망이다. 현재 엔켐의 최대주주 자리엔 오 대표가 아닌, 재무적투자자(FI)가 앉아 있다. 벤처캐피탈(VC) '아르케인베스트먼트'가 운영하는 사모펀드 '브라만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1호'와 '아르케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2호' 등이 총 28.76%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반면 오 대표는 단일 지분율로 23.14% 보유하고 있다. IPO 전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신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VC측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당시 각각 5회차, 6회차 CB를 인수했다.


오 대표는 메자닌 발행시 일부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지배력 방어를 위한 안전판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 1일 코스닥 시장 상장 당일에 5, 6회차 CB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105만6890주를 추가로 확보했고, 총 보유 지분을 354만9139주까지 늘렸다. 7, 8, 9회차 CB와 10회차 BW에도 각각 40%, 45%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오 대표가 이 콜옵션을 전량 행사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총지분을 536만8664주(지분율 31.2%)까지 늘릴 수 있다.

다만 향후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점은 또 다른 불확실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전해액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엔켐은 향후 몇 년에 걸친 공격적인 설비 증설을 예고했다. 올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생산능력(CAPA) 목표치를 4배 이상 높게 잡은 상태다. 당장 기대하는 바는 자체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해 영업이익을 확보, 이 자금으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다. 하지만 해당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못할 경우 외부로부터의 추가 자금 조달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 엔켐은 올해도 이미 두 차례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금을 추가 수혈받았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1400억원이다. 모두 전환상환우선주(RCPS) 형태로 발행했다. 내년부터 보통주로 전환 청구가 가능하다. 전환으로 발행되는 주식은 총 186만5146주로 전체 발행 주식수 대비 12.2%다. 각각 70%씩 리픽싱 조건이 설정돼 있어 주가 하락에 따른 추가 물량 발행 가능성도 존재한다.

엔켐 관계자는 "최근 RCPS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공장 증설과 운영 목적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고, 상황에 맞춰 추가 조달 여부도 고려하고 있다"며 "오 대표는 사전에 계약된 콜옵션 물량이 계속 유입되면 안정적인 수준까지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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