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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역량 시험대 오른 건설사들]한화건설, 국내외 리스크 점증에도 지주사 '안전판'이라크·자체사업 등 부실 우려…계열 지원 가능성에 신용도 방어

정지원 기자공개 2022-07-20 07:45:21

[편집자주]

건설사의 조달 역량은 최근 몇 년 동안 큰 이슈가 아니었다. 금리도 높지 않았고 수익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분을 상쇄할 만큼 분양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다. 조달 금리가 1%만 올라도 마진을 남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펀더멘털이 튼튼한 건설사와 그렇지 않은 건설사의 양극화가 시작될 조짐이다. 주요 건설사의 조달 역량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8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건설은 대규모 해외 사업장과 국내 자체개발 사업장 등 풍부한 수주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이들 사업은 성과에 따른 수익률이 높은 만큼 변동성에 따른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한번 사업이 흔들리면 수익이 꺾이는 동시에 재무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다만 단기간 재무 부담이 늘어도 조달 여력에는 당장 큰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지주사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건설은 한화그룹 지배구조상 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재무적 융통성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주 경쟁력 높다는데 현금흐름 적신호

한화건설은 공종 다각화를 기반으로 중단기 사업을 다져놓은 상태다. 2017년 이후 중동 지역 중심 해외사업 매출이 감소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개발 및 자체사업을 키우면서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현재 과거 3년 평균 매출액의 7배에 가까운 23조원어치 수주잔고도 확보했다.

다만 사업 진행과 실적 추이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일부 변동성이 큰 사업장이 아직 존재한다. 특히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BNCP)는 공사가 지연되면서 대금 회수도 늦어지는 분위기다. BNCP 관련 미청구공사를 포함한 매출채권은 3월 말 기준 82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자체사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분양을 시작한 곳들의 초기 계약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건설이 주력하고 있는 복합개발사업 역시 중장기적인 진행을 살펴야 한다. 시공과 시행에 함께 참여해 수익성을 올릴 수는 있지만 그만큼 경기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사업 안정성이 떨어지면 현금흐름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운전자본 부담은 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화건설에 대해 "해외 사업 진행 상황과 신규 사업장의 분양성과와 입주실적 등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건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감소세에 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2600억원으로 전년 3100억원보다 약 15%가량 감소했다. 신용평가사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지속될 경우를 신용도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향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용도가 떨어질 위험이 내재한 셈이다.

다만 단기간 신용도 하락 위험은 낮은 편으로 보인다. 신용등급 A-인 한화건설의 개별민평 금리가 BBB+보다 A-과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한화건설의 이달 15일 무보증사채 2년물 금리는 5.084%, 3년물 금리는 5.309%다. 같은 기간 공모무보증 회사채 A-등급의 2년물과 3년물 금리는 각각 4.764%, 5.039%다. BBB+등급의 2년물과 3년물 금리는 각각 6.982%, 7.591%다.

한화건설은 올해 6월 한국신용평가 정기평가를 통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를 받았다. 2019년 풍부한 수주잔고와 매출 증가에 힘입어 BBB+(긍정적)에서 등급 상향 조정된 뒤 같은 등급과 전망을 유지 중이다. SK에코플랜트, DL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같은 A-등급이다.


◇그룹 지원가능성, 신용도·조달력 뒷받침

신용평가사들 역시 한화건설이 사업 수익성 저하에 따른 신용도 악화로 조달 역량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본다. 계열 주력회사로 지배구조상 금융부문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화건설은 2002년 7월 ㈜한화로부터 물적 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그룹 모기업인 ㈜한화가 한화건설 지분 100% 쥐고 있다. 한화건설 역시 그룹 주력 금융기업인 한화생명보험의 최대주주로 계열 내 위상이 높은 수준이다. ㈜한화가 한화생명보험 지분 18.15%를 갖고 있는데 반해 한화건설은 25.09%를 보유 중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로서 대외 신인도가 높아 재무적 유연성이 확보된 셈이다. 한화건설의 최근 5개년 공사매출의 20%가 그룹 내 계열공사 발주물량이었다. 또 과거에도 유상증자, 계열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향후에도 그룹의 직간접적 지원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수익성이 악화되더라도 대응 능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최근엔 ㈜한화의 한화건설 합병 추진설이 새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한화건설이 2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조기 상환하면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다. ㈜한화는 본래 한화건설 지분 96.7%을 보유하고 나머지 3.23%는 레콘이 갖고 있었다. 이번 RCPS 상환으로 한화건설은 ㈜한화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RCPS 상환 재원은 올해 두 차례 걸쳐 발행한 회사채 등으로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한화건설은 2월 공모사채 1300억원, 4월 사모사채 11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RCPS 상환으로 인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줄어드는 등 유동성 변화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또 앞으로 차입금 상환, 배당금 지급 등에 자금이 소요될 순 있지만 그룹의 대체 자금조달력을 감안하면 적절히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화건설의 그룹 내 위상을 고려할 때 단기 유동성 위험은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과거 차입금 만기연장 이력, 한화생명보험 주식 등 보유 투자유가증권의 자산가치 등을 바탕으로 만기도래 차입금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화건설 측은 "계열사 합병 등과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검토 중인 것이 사실이나 정해진 사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 사옥(사진=한화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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