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단점 많은 한화건설 흡수합병 검토 까닭 한화생명 지분 인수 비용부담 덜어내기, 총수일가 승계도 고려
신민규 기자공개 2022-05-25 11:15:58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6일 13: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건설이 ㈜한화에 흡수합병되면 한화생명 지분을 수월하게 처리하면서도 지배구조를 간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단순 지분매매 시 공정가치와 장부금액간 조단위 괴리로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적인 타격을 피해갈 수 있다.다만 단점도 만만찮다. 한화건설의 상장을 통한 신규 자금 마련을 포기하는 선택이다. 건설사 신사업을 위한 자금 유치 길이 막힐 수 있다. 한화건설이 ㈜한화의 사업부문으로 편입될 경우 대형 건설사로서의 이미지도 퇴색할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이를 검토하고 나선 배경은 한화생명 지분을 한 곳으로 모을만한 방법이 많지 않고, 또한 김승연 회장 자녀들에 대한 승계 구상도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 한화건설 합병 검토 이유 '한화생명 지분'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는 방안 검토에 돌입했다. 핵심 이유는 한화생명 지분을 가져오기 위해서다.
한화건설로부터 한화생명 지분을 직접 사오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의 비용부담이 큰 측면도 있지만 한화건설 입장에서도 장부금액을 하회하는 가격에 파는 꼴이 된다.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25.09%)의 장부금액은 2조7000억원대다. 반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한 공정가치상으로는 6400억원에 그쳤다. 조단위 괴리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 지분매매로 풀 경우 한화건설의 재무안정성에 직격탄을 날릴 여지가 있다. 부채비율 역시 수직상승할 수밖에 없다.
2010년 한화생명이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할 때만해도 한화건설이 가진 한화생명 지분의 장부가액은 별도기준 1조5000억원대였다. 수년간 이 금액을 유지하다 2015년 장부가가 급증했다. K-IFRS에서 관계기업 지분에 대한 평가방법 변경이 가능했다.
한화건설은 한화생명 지분에 대한 평가방법을 지분법으로 바꿨다. 결과적으로 별도기준 한화생명에 대한 장부가가 크게 늘었다. 부채비율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전략적 활용이 가능했던 장부가와 달리 공정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장부가액과 공정가치간 괴리가 2조원 이상 유지되고 있다.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게 되면 한화생명은 자연히 ㈜한화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양사 모두 비용부담이나 재무적인 타격없이 지배구조 개편을 이룰 수 있다.
◇지주사 전환·금산분리 난제 해법 '금융중간지주'
다만 이 경우에도 풀어야할 난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한화의 지주비율이 50%를 상회해 지주사 전환 절차를 단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이 ㈜한화에 편입된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한화는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지주비율이 미달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산총계 5000억원 이상 △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이 50% 이상(지주비율)을 넘겨야 성립된다.
㈜한화의 지주비율은 2019년 당시 44%에서 꾸준히 높아져 지난해 48%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화의 자산총계는 8조원, 종속기업과 관계기업 투자액은 4조8000억원이었다. 이중에서 손자회사인 한화생명에 대한 지분가액(9140억원)을 제외해도 지주비율이 48%에 달했다.
지주사 전환이 확정되면 금산분리 이슈에 직면할 수 있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 소유가 불가능한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금산분리는 일반지주사 전환 이후 2년 동안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유예기간내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이 제도화될 경우 사안은 쉽게 풀릴 여지가 있다. 중간금융지주사는 일정한 규정아래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를 동시에 지배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그간 국회 입법이 좌절됐지만 새정부가 금산분리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도입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여러 과제에도 불구하고 흡수합병 카드를 꺼낸 것은 그만큼 한화그룹이 금융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큰 셈이다.
이밖에 예금보험공사가 한화생명 지분(10%)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점에서도 강한 시그널을 남길 필요가 있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9월 NH투자증권과 UBS를 한화생명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주가가 부진한 편이라 당장 매각 절차에 나설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한화건설 측은 "합병 등과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검토중인 것이 사실이나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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