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첫 콜옵션' 임직원 배정 이엔드디, 스톡 효과 노린다①최대 90억 콜옵션 직원들 성과 '당근책' 제시, 전환청구권 행사 시점 주가 관건
정유현 기자공개 2022-07-26 08:10:26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2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소재·매연 저감장치 개발사 '이엔드디'가 지난해 발행한 5회차 전환사채(CB)의 매도청구권(콜옵션) 권리를 임직원들에게 배정했다. 오너와 임원 등 소수에 국한된 수혜를 받아온 자산 증식의 기회를 직원들에게 돌린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특히 5회차는 이엔드디가 처음으로 콜옵션 조항을 넣고 발행한 CB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첫 콜옵션인 만큼 최대주주의 지배력 확대에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회사 성장의 과실을 전 직원과 공유하고자 하는 김민용 대표의 의지가 컸다는 분석이다. 경영권이 안정된 만큼 직원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스톡옵션처럼 콜옵션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자로 이엔드디의 김민용 대표이사, 이종섭 전무, 장준현 이사, 계열사 기련이엔씨 김태원 대표 등이 5회차 CB의 콜옵션 권리를 취득했다. 5회차 CB를 인수한 키움증권, 키움인베스트먼트, 지큐자산운용, 프렌드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4명의 특수 관계인이 취득한 전환사채권은 24만7946주다.
공시 의무에 따라 김민용 대표와 임원들의 정보만 공개됐으나 이번 콜옵션 권리는 공시 의무가 없는 직원들에게도 배정이 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엔드디는 직원 대상으로 콜옵션 권리 취득 희망자를 모집했다. 300억원 규모로 발행된 5회차 CB에 30%의 콜옵션(90억원)을 걸었는데, 이 물량 모두 직원들과 나눠서 소화를 마쳤다.
이엔드디가 이번에 콜옵션 권리를 취득하면서 사채권자들에게 최저 전환가액(2만7909원)보다 210원 정도 높은 주당 2만8119원에 CB를 사들인 것으로 계산된다. 이 계산에 따르면 20억원 수준의 CB를 직원들이 나눠서 취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콜옵션은 권리만 취득한 것으로 아직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이엔드디가 스톡옵션으로 활용한 5회차 CB는 2021년 2월 30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 모두 0.1%로 책정됐고 1주당 전환가액은 3만9869원이었다. 4회차 CB를 발행할 때까지 이엔드디는 코넥스 상장사로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종목이다. 시장 특성상 거래량이 적어 회수가 싶지 않아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제시해야만 했다. 풋옵션은 넣지만 콜옵션 조항은 없는 등 투자자 우위의 조건으로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2020년 코스닥 이전 상장에 성공한 후 이엔드디의 위상이 달라졌다. 특히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맞춰 주력 매출원인 촉매 사업이 주목받았다. 또 2차전지 양극화물질 전구체 양산에 성공, 관련 사업 기대감이 반영되며 전 회차 보다 낮은 이자율과 콜옵션 조항까지 넣어서 발행할 수 있었다. 2차 전지 등 소부장 사업에 적극적이지만 까다롭게 투자에 나서고 있는 키움증권, 키움아이온스케일업펀드 등을 투자사로 확보하며 신뢰를 높였다.
특히 이엔드디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민용 대표의 지분율은 2021년 말 기준 17.98%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코넥스 상장 당시 30%에 달했지만 자금 조달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됐다. 이 때문에 5회차 CB의 콜옵션을 행사,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콜옵션을 성과 보상책으로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민용 대표의 가족들도 소수의 지분을 보유해 주주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번 5회차 CB의 콜옵션 권리 취득 건은 가족이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김민용 대표도 일부 콜옵션 권리를 취득하되 임직원에게 나눠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체재로 쓰는 셈이다.
아쉬운 점은 이엔드디의 현 주가다. 콜옵션 권리를 취득한 15일 종가는 2만3200원으로 최저 전환가액(2만7909원)보다 4709원 낮다. 현 주가가 낮은 상황이지만 향후 사업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향후 주가 상승 국면에서 임직원들이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 시장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약정된 가격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주가 부양을 향한 의지로도 읽힌다. 최근 대외 변수에 따라 코스닥 시장이 부진을 이어가며 대부분 상장사의 주가가 부침을 겪고 있다. 회사의 오너와 임직원들이 주가 보다 비싼 가격에 콜옵션 권리를 인수했다는 것은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주가 상승에 대한 오너의 자신감이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엔드디 관계자는 "김민용 대표가 직원들에게 더 좋은 조건에서 콜옵션 권리를 배정하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하지만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만큼 이번에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행 할 때부터 콜옵션을 걸었다는 건 투자자에게 30%의 CB를 사 오기로 약속한 것"이라며 "빠르게 정리해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등 시장에서 신뢰를 더 높이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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