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학시절 즐겨 듣던 노래 중 하나는 록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다. 내가 딱히, 또 사랑한 당신이 딱히 특별한 존재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한데 정확한 의미를 유추하기는 어렵다. 보통의 존재라서 애처롭다는 정서를 얕게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하지만 보통의 존재여야만 하는 분야도 분명히 있다. 사회가 보편 타당하게 공유하고 있는 정서나 양심을 갖춘 사람을 보통의 존재라고 한다면 믿음으로 투자금을 책임지는 사모펀드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자의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는 생각만 해도 허리를 똑바로 펴게 된다고 했다.
시장의 눈은 여전히 차갑다. 투자자의 돈을 지킨다거나 양심이 있다는 매니저를 별종으로 보고 보통의 매니저는 사기꾼으로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라임과 옵티머스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은 때다. 소수의 일탈이라기에는 조단위를 넘겼으니 그럴만 하다. 스스로도 사모펀드 업계를 취재하며 돌담 구멍의 독사를 밟지 않으려 애를 썼다.
이러한 곱지 않은 시선에 시장 상황도 좋지 못하니 당사자들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올해 6월과 7월은 유독 주식형 사모펀드 매니저의 인터뷰를 잡기가 어려웠다. 하락장을 정면으로 맞이한 펀드매니저에게 인터뷰는 피하고 싶은 관문이다. 언론 인터뷰에 능한 대가들도 같은 이유로 일정을 미뤘다.
성과를 까놓고 보면 인터뷰를 못할 성적표는 아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상반기 단순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5%다. 수익을 보자고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니 질타할 구석이 없지는 않다. 다만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0% 넘게 빠졌다. 전월대비 6월 한달간의 하락세가 -13.5%였으니 속도가 더뎌지지도 않았다.
상반기 말 헤지펀드 리그테이블 집계 직후 펀드 매니저 수십명과 통화하고 직접 만났다. 하락장이 이어진 상황이지만 한 명의 운용역도 '벤치마크 대비 잘했다'는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점심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스타급 매니저는 소위 깨지지 않는 투자를 했는데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아직까지 투자자의 돈을 제 돈 같이 아끼는 펀드매니저를 가장 흔한 '가장 보통의 존재'라 칭하기에는 시장의 마음에 비춰 시기상조다. 다만 여러해 펀드 매니저들과 소통하는 동안 보통의 사모펀드 매니저가 저마다 철학을 가진 투자자라는 생각은 변하기보다 오히려 공고해졌다.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은 6월 말 처음으로 40조원을 넘겼다. 사모펀드 부흥기를 뛰어넘는 성과다. 풍전등화를 다 겪고 남은 사모펀드 투자자들이야말로 펀드 매니저의 양심을 떠나 운용역이 내 돈을 제 돈처럼 아껴줄 사람인 지를 가장 먼저 판별하지 않았을까. 사모펀드 매니저의 '보통'을 판별하는 시장의 초점도 영점을 다시 맞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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