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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M&A 본능 꿈틀' 원익피앤이, 무차입 경영 끝냈다②6개월 새 M&A 3건 완료, 단기차입금 급증…엔에스 합병 재추진 가능성

박상희 기자공개 2022-08-02 07:55:20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6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익그룹에 편입되기 이전 원익피앤이(옛 피앤이솔루션)는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왔다. 되도록 금융권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낮은 부채비율로 경영을 이끌었다는 의미다. 무차입 기조는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적절한 레버리지는 기업 경영과 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이 간과돼 기업 성장이나 투자 호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원익피앤이는 최대주주가 2020년 원익홀딩스로 바뀐 이후 단기차입금 비중이 증가하는 등 일정부분 레버리지 경영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세 확장을 위해 6개월 새 성사시킨 3건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단기차입금이 급증했다. 최근 엔에스와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규모의 경제' 실현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합병 무산 배경으로 주가 하락이 꼽히면서 주가 부양이라는 과제도 안게 됐다.

◇테크랜드·엔에스 M&A 650억 지출…단기차입금 550억 육박

원익피앤이는 2020년 12월 원익홀딩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원익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 분야에서 사세를 키워온 원익그룹은 2차전지 장비업 진출을 위해 원익피앤이를 인수했다.

원익 계열사가 된 원익피앤이는 2차전지 장비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M&A를 적극 추진했다. 2021년 9월에 테크랜드를, 12월에 엔에스를 인수했다. 테크랜드의 경우 45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엔에스는 지분 38%를 597억원에 인수했다. 두 기업 M&A에만 약 650억원을 썼다.

▲출처 : 원익피앤이 전자공시시스템

테크랜드는 각형, 파우치, 원통형 등 다양한 배터리의 공정설비 연구 개발 전문기업이다. 원익피앤이의 충방전 기술 및 양산능력과 결합해 2차전지 생산 공정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에스는 2차전지 자동화 설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후반부에 해당하는 조립과 디게싱 설비 제조에 특화돼 있다. 과거 일본 기업이 독점 공급해온 디게싱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2007년 국산화 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원익피앤이의 M&A를 통한 영토 확장은 올해도 계속됐다. 올해 3월 삼지전자의 배터리 장비사업을 인수했다. 원익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만 3번째 M&A다. 인수 가격은 약 19억원 수준이다.

삼지전자는 무선중계기, 네트워크 장비와 전자부품 유통이 주력 사업이다. 배터리 장비 사업은 2015년부터 진행했다. 배터리 후공정에 포함되는 포메이션(활성화)과 배터리 셀 특성 평가에 필요한 싸이클러 장비를 생산한다. 특히 싸이클러 장비 위주로 사업을 펼쳤고 주요 고객사로는 삼성SDI가 있다.

원익피앤이의 M&A는 지난해 9월 테크랜드부터 올해 3월 삼지전자에 이르기까지 6개월 단기간에 집중됐다. M&A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피앤이솔루션 시절과 비교하면 현금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결과, 무차입경영 기조를 이어오던 피앤이솔루션도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하기 시작했다.

연결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2020년 57억원이던 피앤이솔루션의 총차입금은 2021년말 기준 45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3월말 기준 549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차입금의 대부분은 단기차입금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2020년말 97.9%로 100%를 밑돌았던 부채비율은 2021년말 123.9%로 상승했고, 올 3월말 기준으로는 140%를 기록했다.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주가 하락으로 엔에스 합병 무산…주식매수청구가 1000억 웃돌아

원익피앤이는 M&A 이후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흡수합병도 추진했다. 5월 초 2차전지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엔에스와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는 2차전지 장비 제조 사업 분야에서 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 창출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 실현과 경영 자원 효율적 활용 등 경영 효율 극대화를 달성하고자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엔에스는 올해부터 원익피앤이의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포함되지만, 원익피앤이는 합병을 추진했다. 엔에스를 원익피앤이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것보다 합병을 통해 회사를 합치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익피앤이가 엔에스 지분 38%를 인수하는데 소요된 자금이 600억원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100% 종속기업화하는 데 두 배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원익피앤이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합병에 앞서 6월29일부터 7월19일까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받은 결과 원익피앤이와 엔에스가 지급해야 하는 주식매수가액 합계금액이 200억원을 넘어 합병이 중단됐다. 원익피앤이와 엔에스는 주식매수가액이 200억원을 초과하면 합병을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 주주들이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금액은 200억 원이 훌쩍 넘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안이 무산된 것은 주가 하락 때문이다. 2만9000원을 웃돌았던 원익피앤이의 주가는 합병 반대의사 통지 기간 동안 최저 2만200원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에스는 1만600원까지 갔던 주가가 최저 7600원까지 하락했다. 주가 부진 속에 주주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회사에 주식을 팔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요구가 폭증했다.

두 회사 합병안이 앞서 주총을 통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 주주들은 합병 자체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기보다는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원익피앤이가 엔에스 추가 합병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익피앤이 관계자는 "엔에스와의 합병은 커버리지 확대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추진했던 것"이라면서 "향후 합병을 재추진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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