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탈정유 로드맵]석유화학 날개단 GS칼텍스, 신사업 영역 무한 확장수소·모빌리티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화이트 바이오까지
김위수 기자공개 2022-07-29 09:19:25
[편집자주]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면서 원유를 수입, 정제해 판매해온 정유사들이 출구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확대된 유가 변동성과 횡재세 부과 가능성 등은 정유업의 탈정유 행보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이 점찍은 신사업은 주로 주유소를 활용한 거점 사업이나 석유화학,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이다. 더벨은 국내 정유사들의 탈정유 로드맵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6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S칼텍스는 사업환경 변화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은 아니다. 신중하고 보수적인 GS그룹의 경영 스타일이 배어있는 데다 GS에너지와 미국 정유기업 쉐브론(Chevron)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지배구조상 민첩한 변화는 어려워 보인다.탈(脫)정유 전략도 다른 정유사에 비해 과감하거나 빠른 편은 아니다. 이를테면 경쟁사인 현대오일뱅크과 에쓰오일이 2021년 1분기 중 수소사업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GS칼텍스가 본격적으로 수소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같은해 5~6월경이었다.
이처럼 다른 기업에 비해 신중한 행보를 펼치는 GS칼텍스는 아직 신사업 로드맵을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한 바 없다. 대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사의 신사업을 구상하며 실현 가능한 아이템 발굴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소·모빌리티에 집중된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미래 먹거리로 수소·모빌리티 사업을 지목해왔던 GS칼텍스는 화이트 바이오,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을 새로운 신사업 영역으로 제시했다. GS칼텍스가 그동안 이 분야의 사업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주요 신사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올해부터다. 전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며 GS칼텍스가 이 분야의 시장 성장성을 확인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GS칼텍스는 2010년부터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사용 가능한 MR(Mechanical Recycling) 원료로 만들어 자동차, 가전 제품용 친환경 복합수지를 생산해왔다. GS칼텍스에 따르면 MR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복합수지는 지난해 총 2만1500톤(t) 판매됐고, 매출은 290억원을 달성했다. 연간 30%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GS칼텍스의 전망이다.
GS칼텍스는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열분해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5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를 설립하고, 이후 100만톤 규모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열분해유를 원료로 자원순환형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GS칼텍스는 바이오디젤 등 친환경 바이오 연료 밸류체인을 확대를 위해서도 나서고 있다. 올해 중 별도 조직을 설립해 바이오 원료 확보 및 바이오 케미칼 제품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GS칼텍스가 신사업으로 제시해왔던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플러스 허브'는 현재 전국 3개소로 운영 중이다. 아직까지는 기존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가 접목된 상태지만 향후 GS칼텍스는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친환경차 충전은 물론 카셰어링, 드론 배송, 도심항공교통(UAM)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수소 사업의 경우 청정수소 생산·수입·운송·활용까지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2024년까지 연산 1만톤(t)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고, 한국동서발전과 2023년 완공을 목표로 15MW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지을 예정이다.
◇매출 발생 시작한 MFC, GS칼텍스 현금창출 도울까
투자재원 마련은 주로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수익이 될 전망이다. 올해처럼 정유업 시황이 좋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지 않고 있는 시기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올 1분기에만 이미 매출 11조2892억원, 영업이익 1조812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내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아주 높은 수준인 배럴당 20달러를 기록해 2분기 실적도 기대할만하다.
시황이 악화된다고 해도 GS칼텍스의 실적 변동성을 보완해줄 장치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한 GS칼텍스의 석유화학 올레핀 설비 MFC(Mixed Feed Cracker)다. MFC는 에틸렌·프로필렌·폴리에틸렌과 같은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로, GS칼텍스가 들인 금액은 총 2조7000억원이다.
올 1분기 GS칼텍스의 MFC 가동률은 101%로 나타났다. MFC 가동으로 GS칼텍스에 신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인 액수를 알기는 어렵지만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제품별 매출을 통해 대략적인 금액을 추정할 수 있다. GS칼텍스의 매출 중 폴리에틸렌과 기타 항목이 MFC 가동 후 추가된 제품목록이다. 이중 폴리에틸렌의 1분기 매출이 1351억원, 기타 매출이 4513억원이다. 폴리에틸렌, 기타 부문에 일부 GS에코메탈 등 자회사의 몫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총 5864억원의 매출 중 대부분이 MFC 매출이라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즉 MFC 가동이 1분기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GS칼텍스에 안겨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GS칼텍스의 1분기 전체 매출은 11조2892억원으로 MFC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정도로 아직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올해는 석유화학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향후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여 원가가 하락하면 MFC가 빛을 볼 수 있다. GS칼텍스는 MFC에 나프타, LPG뿐 아니라 기존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GS칼텍스는 올레핀 사업 전략에 대해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친환경·기능성 제품을 개발하고 네트워크 증대를 통해 판매량을 확대할 것"이라며 "중국, 동남아,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을 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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