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사업구조 재편]한화건설, ㈜한화 흡수합병 배경엔 '한화생명 지분'지주사 전환 정지작업 해석, 금융중간지주 해법 찾기 숙제
전기룡 기자공개 2022-08-01 08:07:57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9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가 한화건설의 흡수합병을 결정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건 역시 배경이다. 결론적으로 ㈜한화의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정리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이번 합병으로 ㈜한화는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중간금융지주사 해법만 마련된다면 지배구조 정리에 곧바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한화에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한화가 한화건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간이합병 형태로 이뤄진다. 합병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합병이기에 합병비율은 1.0000000대 0.0000000이다.
㈜한화는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는 이유로 경영효율성 제고와 전문성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의 경우 기존에 글로벌부문(산업용 화학/케미칼 사업/산업재 무역)과 방산부문(방산품), 기계부문(산업용 기계)으로 구분되는 사업영역을 보유해왔다.
방산부문의 경우 ㈜한화를 포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 등 3개사로 분산돼 있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힘들었다. 이에 ㈜한화는 방산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해 기계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방산부문의 빈자리는 한화건설이 메꾼다. 이를 통해 ㈜한화는 새 포트폴리오를 글로벌부문과 기계부문 그리고 건설부문 등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한화건설 입장에서도 자본조달비용을 낮출 여건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한화생명 지분을 꼽고 있다. 한화생명은 그룹 금융부문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차기 그룹 금융부문을 이끌기 위해서는 한화생명에 대한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현재 한화건설은 한화생명의 최대주주다. 보유한 지분만 25.09%에 달한다. 2대 주주는 한화건설을 품게 되는 ㈜한화(18.15%)다. 이로 인해 한화생명의 지분을 ㈜한화 산하로 모을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는 ㈜한화가 한화생명 지분을 한화건설로부터 직접 사오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데 있다. 비용적인 부담도 크지만 무엇보다 한화건설 입장에서도 장부금액을 하회하는 가격에 한화생명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장부금액은 2조7122억원이다. 반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한 공정가치상으로는 6396억원에 불과하다. 2조원가량 괴리가 나기 때문에 단순 지분매매를 택할 경우 한화건설의 재무안정성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선택한 방법이 한화건설에 대한 흡수합병이다. ㈜한화가 한화건설을 품게 되면 한화생명은 자연스럽게 ㈜한화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비용 부담이나 재무적인 타격없이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준비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한화는 이미 올해 초부터 관련 방안을 검토해왔다.
순조로워 보이지만 지주사 요건이 발목을 잡을 공산은 아직 남아있다. ㈜한화는 지주비율이 요건을 채우지 못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산총계 5000억원 이상 △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지주비율) 50% 이상 등이어야 한다.
㈜한화의 지주비율은 2019년 41%에서 지난해 46%까지 치솟은 상태다. 한화건설이 더해지면서 ㈜한화의 자산총계가 늘어나지만 한화생명이 자회사로 편입되는 만큼 지주비율이 50%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금산분리 이슈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반 지주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는 금산분리를 원칙으로 한다. 일반 지주사로 등록될 경우 2년 내에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금산분리 완화안에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발탁 이후 금산분리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방안으로는 금융복합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중간금융지주사를 도입하는 방안이 언급된다. 이 중 ㈜한화에게 있어 중간금융지주사가 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중간금융지주사는 산업자본이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대신 금융 계열사를 3개 이상 보유하거나 자산규모가 20조원 이상일 때 중간지주사 설치가 강제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결국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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