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01일 08:07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붙은 직책을 들여다보면 핵심 업무가 드러난다. '재무'를 들여다보고 '경영 지원'에 집중한다. 하지만 ㈜GS의 CFO는 전통적인 역할에 갇히지 않고 진화했다. 회사의 중장기 로드맵에 부응해 투자처를 관리하는 중책도 맡았다.2020년부터 재무팀장이 PM팀장도 겸직하기 시작했다. PM은 '포트폴리오 관리(Portfolio Management)'를 뜻한다. ㈜GS가 자금을 집행한 기업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피투자 업체의 사업 성과를 검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무팀장의 업무 범위가 한층 넓어진 건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입안한 '뉴 투 빅(New to big)' 전략과 맞물린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아내 확장하자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자연스레 스타트업 지분 인수, 벤처펀드 출자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2020년부터 ㈜GS가 적극적인 투자 방침을 설정한 배경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투자사인 GS퓨쳐스를 세우고, 국내외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바이오 업체 휴젤을 인수한 건 뉴 투 빅 전략을 이행한 결과물이다. 작년과 올해에도 약 130억원의 실탄을 비상장기업 8곳에 투입했다. 투자 수익 실현에 힘써야 하는 만큼, 회계를 보는 눈이 밝은 CFO가 포트폴리오 관리까지 전담하는 게 적절한 선택이었다.
활발한 투자 기조는 CFO를 중용하는 패턴까지 바꿔놨다. 자금 관리에 두각을 드러내는 '재무통'을 기용하던 관례를 벗어났다. 경영 전략을 설계한 경험을 갖춘 인물을 선임하는 사례가 나왔다. 신사업 탐색에 보조를 맞추는 역할을 CFO에게 부여한 셈이다.
올해 초부터 ㈜GS의 재무팀장을 맡은 이태형 전무의 커리어는 '전략통'으로 요약된다. 이 전무는 2014년과 2020년 두 번에 걸쳐 GS에너지 경영기획부문장을 지냈다. 경영기획부문은 사내 재무부문과 별개의 조직으로, 사업 전략 수립과 경영 개선안 도출에 주안점을 맞췄다.
GS그룹의 한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 뼈있게 들렸다. "CFO는 회계 지식도 갖고 있어야 하고, ㈜GS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명확한 시각도 갖춰야 해요. 투자와 M&A도 열심히 전개하는데, 성장 전략을 이해하는 임원을 CFO로 중용하는 게 필요하지요."
㈜GS가 CFO를 바라보는 관점은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미래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숙명은 유연한 접근으로 이어졌다. 재무 관리자를 뛰어넘어 투자 지원군, 사업 전략 이행의 조력자로 인식하는 판단은 매우 적절하다. 경영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며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에 ㈜GS의 CFO 활용법은 충분한 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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