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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시대, 가전업 재고 리스크 점검]코웨이, 오차범위 10% 이내 수요예측 노하우 '빛'④직영점 체제, 일원화된 생산-판매로 적중률↑…아마존 등 시판채널 부진 타격 상쇄

손현지 기자공개 2022-08-05 09:35:17

[편집자주]

변화가 느린 가전업계에서 재고관리는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타 업종에 비해 신사업을 쉽게 추진하지 않는 편이라 재고관리 역량은 수익 안정성과 직결된다. 최근 가전업계가 엔데믹 기조로 접어들면서 재고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이후 펜트업 효과(보복소비)를 기대하고 제조물량을 확대했지만 2분기 금리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며 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각사별로 재고관리 기조와 그에 따른 재무변화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3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웨이는 렌탈 비즈니스를 영위하기에 재고관리에 유리하다. 일반적인 가전 제조사들이 대리점, 유통사를 통해 시중판매(시판) 방식을 채택하는 것과는 달리 방문판매(방판) 비중이 90%에 달한다. 생산과 판매가 일원화돼 있어서 예상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산목표 물량을 정할 수 있다.

최근엔 해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재고자산이 급증하는 추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가전수요가 위축되면서 온라인 등 시판 채널 판매가 저조했던 것이다. 다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렌탈 비즈니스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재고평가손실 타격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해외·온라인 판매비중 증가 탓?…재고자산 급증

코웨이는 재고관리에 대한 고민이 타사에 비해선 적은 편이다. 주 비즈니스 형태가 '렌탈'이기 때문에 시판 사업자에 비해 제품 라인업 자체가 단순하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3개 제품군을 주축으로 하기에 수요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리드타임도 현저히 짧다. 제조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고객 집에 제품 설치를 완료하기 까지 리드타임이 2주가 채 되지 않는다. 창고에 재고가 쌓일 틈이 없는 셈이다. 재고자산 규모는 지난 2020년까지 1000억원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편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재고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상품·제품 항목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총 재고량이 작년 한해 동안 1340억원에서 2350억원으로 75% 가량 급증했다. 올들어서도 상품과 원재료, 미착품 등이 고루 확대됐고, 재고자산은 3개월(1~3월) 만에 2350억원에서 2613억원으로 증가했다.
원인은 판매채널 다각화 영향이다. 코웨이는 방문판매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온라인 등 시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선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해 벤더 확대, 자사몰 운영 등의 행보를 이어왔다.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하이마트 등에 진출해 유통채널(시판)을 확대하기도 했다.

해외 시장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를 주축으로 미국, 태국 등에서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의 비즈니스를 영위해왔다. 작년부터 코로나 특수 종료,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가전수요가 위축되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웨이의 재고자산 구성항목 중 '상품' 카테고리가 늘어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상품 재고는 지난 2020년에서 올해 3월까지 92% 급증했다. ODM 방식을 취하는 해외 비즈니스 과정에서 재고자산이 늘어났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웨이의 미국법인 시판 비중은 40% 수준"이라며 "아마존향 재고가 늘어난 가운데 창고비와 판촉비 등이 증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악성재고는 없다…방대한 수요예측 데이터, 정확도 95% 수준

글로벌 소비가 위축되면서 재고가 판매로 전환되는 속도도 더뎌졌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작년 말 9.2%에서 올해 3월 말 5.2%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이란 재고로 있던 완성품이 판매로 이어지는 속도를 의미하는 경영 효율성 지표다. 재고자산 회전기간 역시 40일에서 69일로 늘어났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조업체의 비용부담이 커지는 편이다.


사실상 렌탈비중이 압도적인 코웨이에게 재고자산회전율의 증감여부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코웨이는 일시불 매출 비중은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의 7.1%에 불과하다. 렌탈과 멤버십 매출 비중이 91.2%인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재고로 인한 손실 규모도 적다. 실제로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올해 3월 말 183억원으로 지난 2020년 말 145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8% 늘어나는데 그쳤다. 해당기간 재고자산 증가속도(90%)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코웨이는 지난 2016년을 제외하고선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을 100억원대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앞서 2016년에는 얼음정수기 일부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면서 렌탈자산을 대거 폐기한 이례적인 사건이 있었다. 소비자 보상에 496억원, 렌탈환불 622억원 상당을 매출에서 차감하며 손실이 발생했다. 공구기구나 재고자산에 대해서도 매출원가나 손상차손을 수십억원 인식했다.

코웨이는 렌탈 선두업체로서 업력이 가장 긴 만큼 방대한 방판 데이터를 보유 중이다. 이를 통해 수요예측 적중률을 해마다 끌어올리고 있다. 정확도는 평균 95% 수준이며 오차범위 10% 안팎 수준으로 높다.

코웨이 관계자는 "주력제품(공기청정기, 비데, 정수기) 고객 판매 추이는 사실상 변동폭이 크지 않아 예측율이 거의 정확하다"며 "판매, 생산, 구매 부서가 매달 회의를 통해 판매 수량을 정해놓고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고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렌탈 비즈니스의 특성상 100% 방판, 직영점 운영 체제라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직영점 운영의 특성상 생산자와 판매자가 사실상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시판 생산자가 대리점과 유통판매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것과 달리, 자체 판매 '경험'을 기반으로 더 정확한 수요예측이 가능하다. 그에 맞춰 라인업 비중을 조정하고 판매량을 책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등 대리점을 기반으로 시판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방판 사업자에 비해 4~5배 수준의 재고를 가져가야 한다"며 "대리점의 판매 역량과 삼성·LG 등의 생산 오더 격차가 큰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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