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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시대, 가전업 재고 리스크 점검]LG전자, 원재료 평가충당금 줄이기 안간힘③TV패널 등 원재료 확대 탓, 수익부진…유통재고 정상화, 프리미엄 라인업 재정비

손현지 기자공개 2022-08-04 11:13:24

[편집자주]

변화가 느린 가전업계에서 재고관리는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타 업종에 비해 신사업을 쉽게 추진하지 않는 편이라 재고관리 역량은 수익 안정성과 직결된다. 최근 가전업계가 엔데믹 기조로 접어들면서 재고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이후 펜트업 효과(보복소비)를 기대하고 제조물량을 확대했지만 2분기 금리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며 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각사별로 재고관리 기조와 그에 따른 재무변화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2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TV시장 2위 LG전자가 TV 재고 건전성 악화로 휘청였다. 작년 내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세화를 주도하며 넉넉히 공급물량을 준비해 왔지만, 올들어 유통시장에서 과잉재고를 남겼다. 예상치 못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거시적 이슈가 겹치면서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TV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LG전자는 하반기 보다 세밀한 재고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지역별로 가전과 TV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시장에 유통된 제품 소진, 원재료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성장 모멘텀이 큰 시장은 과감히 공급을 확대하고, 판매감소가 예상되는 지역은 공급량을 감축한다.

◇월드컵 이벤트 앞두고 늘린 원재료, 재고리스크 증가

LG전자의 '캐시카우'는 생활가전 'H&A부문'과 TV 'HE부문' 두 조직이 담당한다. 두 사업부문 모두 작년 코로나 이후 펜트업(억눌린 소비수요 분출) 수요가 폭발하자 공급량을 대거 늘려 대응했다.

H&A부문은 작년 한해 동안 재고를 40%나 확대했다. 작년 초 2조6820억원에서 작년 말 3조7623억원 수준으로 일년 만에 1조원 넘게 늘렸다. 재고자산 중에서도 이미 만들어둔 완성품(제품·상품) 규모가 1조9143억원에서 2조6481억원으로 38% 가까이 늘었다.

완성품이 증가한 건 어찌보면 사업 활성화된 국면에서 잇따르는 자연스러운 형상이다. LG전자는 재고자산 항목을 총 5개로 분류한다. '완성품'은 재고자산 중에서도 수익성과 직결된 자산이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그간 성장세가 미미했던 '원재료·저장품' 항목 조차 작년 6573억원에서 9793억원으로 49% 가까이 뛰었다는 점이다. 원재료는 LG전자가 특히나 보수적으로 관리해온 재고자산이다. 주문생산(BTO) 제조시스템에 맞춰 발주 내역에 맞춰 원재료를 준비해온 덕분에 최소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원재료는 지난 2017년, 완성품이 8000억원대에서 1조6000억원대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을 때도 변동폭이 크지 않았던 자산이다. 원재료와 저장품은 줄곧 4000억~6000억원대 수준으로 유지돼왔다. 완성품 직전 단계인 재공품(제조 공정에 있는 미완성 상품) 역시 200억~400억원대로 완성품 추이와 무관하게 유지해왔다.
HE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원재료와 저장품은 작년 한해동안 4679억원에서 6936억원으로 48% 늘렸고, 재공품도 272억원에서 399억원으로 47% 확대됐다. 그 결과 전체 재고자산 규모도 1조2995억원에서 1조7155억원으로 32% 늘어났다.

원재료 확대 배경은 공급망관리(SCM) 이슈가 심각해진데서 비롯된다. 작년부터 물류대란, 반도체 쇼티지 등이 장기화되면서 부품 수급 환경이 악화되자, LG전자는 SCM 전담조직을 확대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올해는 특히나 하반기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글로벌 스포츠 경기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다. TV패널 가격 급등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패널 등 부품을 구매했다.

원재료 자산이 많다는 건 단기적으로 보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뜻이다. 유통 재고(유통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상품)는 소비자와의 최접점에 있다. 창고에 남은 원재료 재고보다 판매를 통해 수익으로 전환하기 더 용이한 자산인 셈이다.

HE부문은 H&A에 비해 원재료 자산 확대 속도가 빨랐다. 전체 재고자산에서 HE부문 비중은 17%로 H&A(39%)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재고 리스크는 더 컸다.

◇재고자산 평가손실 급등세, 프리미엄 라인업 승부

재고자산 평가손실도 불어났다. 통상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물류비가 상승해 판매비용이 오를때 생긴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생산단가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제품과 상품 판매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어난다.

원자재값과 물류비 상승 부담이 가중되면서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올해 3월 2704억원으로 전년동기(2118억원)보다 586억원 증가했다. 원재료 평가손실분 확대(802억→1066억원) 영향이 크다.

LG전자의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도 더뎌졌다. 지난 3월 재고자산 회전율은 6.1회로 2020년 7.1회에 비해 소폭 떨어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이란 재고로 있던 완성품이 판매로 이어지는 속도를 의미하는 경영 효율성 지표다. 비율이 떨어질수록 제조업체의 비용부담이 커진다.

재고 압박 속에서 주요 LG전자는 협력사에 일부 부품 조달을 연기하는 등 공급물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원재료 매입 비용도 늘어나 무리하게 판매가를 낮추거나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건 더 큰 부담일 수 있기 때문에 2분기 출하량 자체를 축소시킨 것이다.

현재 LG전자는 유통재고는 어느정도 정상화됐다고 판단 중이다. 남은 완제품 물량은 하반기 스포츠 이벤트, 4분기 블랙프라이데이 등 가전 성수기 시즌을 통해 털어낼 수 있다.

관건은 원재료 재고 처리방안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TV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활용해 OLED를 비롯한 플래그십 라인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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