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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도 CFO는 숨고 있다 [thebell desk]

이경주 기자공개 2022-08-30 13:11:52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9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 중견 상장기업 A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났다. 얼마 전 요청한 프로필 정보제공을 거절한 CFO였다. 인터뷰도 아닌 개인 이력 정도를 원한 것인데 그마저도 부담스러워 한 셈이다.

만난 김에 속내를 물었다. 조직차원에서 차단한 건이라고 했다. 오너의 성향 탓이었다. 긍정적인 이슈와 연관된 인물조명은 오너만 허용되고 다른 임원들은 불가하다는 방침이 있었다. 홍보실에서 알아서 프로필 요청을 거절하고 CFO에게 결과만 전달했다.

사실 CFO가 외부노출을 기피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업의 근간은 사업에 있고 이를 진두지휘하는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CFO의 역할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제한적이었다. ‘금고지기’에 국한됐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CFO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CFO의 역할은 경리책임자에서 재무개선과 경영정상화로 바뀌었다. 2004년엔 소버린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지주사체제로의 대전환을 요구받아 CFO들이 역할을 수행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촉발한 금융위기를 계기로는 장기침체에 대비한 선제적 구조조정과 이에 맞춘 재무관리계획 수립 역할을 요구받았다.

기업 경영 내에서 CFO의 고유영역이 생겨난지 한참이다. CFO의 위상을 등기임원으로 격상시켜야 이사진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상훈 전 한국CFO협회 회장은 "CFO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것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효율적 수단“이라며 ”국내 상장사들은 CFO를 등기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정식 멤버로 구성하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이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이 2012년으로 10년 전이다. CFO도 CEO와 함께 경영활동에 대해 조명하고 성과를 측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를 통해 역할을 잘하는 CFO는 사내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 그럴수록 기업가치가 제고될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2022년 현재도 CFO는 자의든 타의든 숨고 있다. A사 뿐 아니라 선진경영을 하고 있는 대그룹 CFO들도 드러나지 않길 원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폐쇄적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시대변화에 뒤쳐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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