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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기금 진단]신협, 5배 성장한 기금…적립률 업계 최고③IMF 당시 1조대 공적자금 투입 경험…1.8조 적립해 예금자 보호 만전

김형석 기자공개 2022-09-05 07:17:18

[편집자주]

상호금융은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 금융시장 악재에 매번 큰 충격을 받았다. 수백곳의 지역 조합이 문을 닫았고, 부실 규모만 수조원대에 달했다. 자체 기금으로 부실을 감당하지 못한 신협과 수협은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았다.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현재 상호금융권은 또 한번 부실 우려에 노출되고 있다. 부실 방지를 위해 준비해온 상호금융기관의 예금자보호기금의 현 주소와 부실 예방을 위한 대비가 적정한 지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31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부실로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신용협동조합(신협)이 예금자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상호금융권 중 예금자보호기금 규모를 가장 빠르게 성장시키면서 수신액 대비 기금 적립률은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기금 규모 확대와 목표기금제 도입은 각 조합에 부과하는 출연금 부담 완화로 이어지고 있다. 줄어든 출연금은 조합의 자금운용에 활용할 수 있어 건전성과 경쟁력도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냈다.

상환하지 못한 공적자금은 향후 과제다. 신협은 공적자금을 상환할 때까지 조합 통폐합 등 강한 규제를 받아야 해 금융당국과 공적자금 조기 상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위원 선정 권한 금융당국에 집중

신협은 예금자보호기금관리위원회(이하 기금관리위원회)를 통해 예금자보호기금의 관리와 부실기관 감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금관리위원회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 총 9명이다. 위원장은 신협중앙회 검사·감독이사인 민병진 이사가 맡고 있다. 민 위원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그는 한국은행과 금감원에서 30년간 재직 시 금융감독과 검사업무, 조직운영, 건전성 감독업무 등 지낸 검사·감독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민 위원장의 임기는 2024년 2월까지다.

이 밖에 8명의 위원은 △중앙회장이 조합의 이사장중에서 위촉 2명 △중앙회장이 중앙회 전문이사 중 지정 1명 △금융위원장이 지정하는 공무원 1명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하는 공무원 1명 △금융·회계 또는 법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 금융위가 위촉 1명△금융·회계 또는 법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 금융감독원장이 위촉 2명 등이다.

위원 중 금융당국 지명자가 다수 들어간 점은 눈에 띈다. 금융위와 기재부가 직접 지정하는 위원 2명은 소속 공무원이다. 여기에 금융위·금감원이 위촉하는 외부인사 3명 등을 합하면 전체 위원 중3분의 2에 달한다. 반면 중앙회와 조합이사장 배분 위원 수는 4명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위원 선정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한 데에는 신협의 소관부처가 금융위이기 때문이다.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의 경우 각각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이 직접 관리한다. 금융위는 이들 기관에 대해 건전성 감독 권한만 갖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건전성 감독 권한까지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대형 부실이 다수 발생한 점도 위원 선정 권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협은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에 따라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당시 금융당국이 부실화돼 퇴출한 지역 신협조합만 410개, 투입된 공적자금만 1조1300억원에 달했다.



◇기금 적립률 1.55%…업계 최고

대규모 부실사태를 겪은 신협의 최근 10년간 예금자보호기금 성장세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11년 말 3500억원이었던 신협의 기금 적립액은 지난해 말 1조7340억원으로 10년 새 5배가량 늘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1조8133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수신잔액이 44조원에서 121조6000억원으로 2.7배 증가한 것보다 가파른 증가세다.

예금자보호기금 잔액을 전체 조합의 예수부채(요구불·저축성·별단)로 나눈 비율(이하 기금 적립률)도 업계 최고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협의 기금 적립률은 1.55%다. 이는 농협(1.5%), 수협(1.22%), 새마을금고(0.98%)보다 높다. 특히 신협의 수신잔액 규모가 두 배가량 큰 새마을금고의 예금자보호기금 예치금(1조961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예금자보호기금 규모가 늘면서 지난 2019년 7월부터는 목표준비금제도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목표준비금제도는 새마을금고 예금자보호준비금의 수입과 지출 등을 고려해 적립할 목표규모를 미리 정하고 준비금의 적립률이 목표 규모에 도달하는 경우 출연금요율을 감면해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목표기금제도를 적용받기 위한 준비금 적립률 조건은 1.53%~2.06%다. 지난해 말 기금 적립률이 해당 조건을 만족해 올해 각 조합은 기금 출연금 40%를 감액받을 수 있다.

신협이 기금 잔액을 빠르게 늘린 것은 2012년부터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역 신협에 잇따른 부실로 예금인출사태(뱅크런)가 일어나자 신협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신협은 2016년까지 예금자보호기금을 1조원 이상 적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신협은 IMF 사태와 비슷한 대규모 부실사태 발생에도 기금 관리에는 큰 무리가 없다. 신협의 예금자보호기금(1조8133억원)과 상환준비금(8조3589억원) 등 부실 조합 발생 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10조원 수준이다. 이는 1999년 신협의 부실채권 규모 2조7000억원의 4배를 넘는다.

금융권 관계자 "과거 신협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감독권한이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진행됐다"며 "기금관리위원회 위원 선임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잇단 검사에 부담을 느낀 신협이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여전히 남아…MOU 조기졸업 과제

신협의 가장 큰 과제는 공적자금 상환이다. 신협에는 IMF 외환위기 이후 1조1300억원가량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지난해 말 기준 신협에 남아있는 상환금액은 1100억원 수준이다.

신협은 공적자금 투입 후 당국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체결했다. MOU는 신협 발전에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MOU에는 운영예산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강한 규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지역본부 통폐합과 보유부동산 매각, 신규채용 억제 등의 규제가 포함돼 있다. MOU 체결 기간은 2024년까지다.

신협은 MOU 조기졸업을 통한 자율경영체제 확립을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누적결손금을 전액 보전하고 수년간 흑자를 달성하는 등 MOU 조기졸업을 위한 조건을 충족했다는 것이 신협 측의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신협의 MOU 조기졸업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협의 MOU 완료 및 재정상환 조건으로 신용예탁금 실적배당제 전환과 이자율 제한, 중앙회와 조합 간 연계대출 활성화, 회원조합 회비 인상, 공제사업의 수익성 제고와 같은 과제 이행 상황과 중앙회 경영건전성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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