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흙을 다지고 땅을 평평하게 하는 도로 작업이 한창이다. 한쪽에선 공장이며 아파트를 짓는 건축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특이한건 사람은 없고 로봇들만 보인다. 사족 보행 로봇을 비롯해 이족 보행 로봇들이 공사 장비를 옮기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HYUNDAI나 GS, DL과 같은 건설사 이름이 눈에 띈다. 로봇의 제조사는 현대자동차가 지금부터 50년전에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다.공사장 주변에는 미래형 건물들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거리에선 전기차가 도로 위 10cm 정도 간격을 두고 살짝 떠서 주행하고 있다. 마을 상공에는 자동차를 닮은 자가용 비행기가 일정한 루트를 따라 비행하고 있다. 자가용 비행기에는 현대자동차의 H 로고가 박혀 있다.
투명한 헬멧을 쓴 사람들이 거리를 오간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우주 수트를 입고 있다. 지구에서 온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A는 산소공급장치 개발이 지연되면서 여전히 거추장스런 헬멧을 써야한다고 불평했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신형 수트는 내년초에 출시된다고 한다. 친구가 타고온 우주선 너머로 푸른 지구가 선명하다. A가 달나라로 이주한지 5년이 지났다.
마을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로봇들이 지하로 들어가 헬륨3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꿈의 에너지라고 불리는 헬륨3는 핵융합 발전의 원료지만 환경에 무해하고,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에너지다. 1g의 헬륨3는 석탄 40t에 해당하는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헬륨3가 달에는 100만톤 가량이 있다고 한다. 지금도 한창인 자원 전쟁의 필수품목인 백금이나 희토류 등도 무궁무진하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일본보다는 달 진출 시기가 20년 정도 뒤처졌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헬륨3 드릴십이 기대보다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면서 개발 경쟁에 밀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기업 10곳이 공동 투자한 '달자원개발그룹(MRDG)', 이곳이 바로 A의 직장이다. 우리나라에서만 1만명 정도 달로 이주했다. 벌써 달의 인구가 5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달에선 우리나라 인구가 세번째로 많다.
# 2070년 달나라 모습이 이럴까. 상상은 자유지만 상상력이 빈곤하다. 160년 전에 나온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달나라 탐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책은 1860년대 이미 달 탐사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당시만해도 허무맹랑한 소설로 치부됐지만 100년 후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딛으며 상상은 마침내 현실이 된다.
미국의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하면서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 또한번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이어 달 궤도선 다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달 탐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에서 썼듯이 국내 기업들이 달 탐사의 주역이 될 것이란 상상은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 이미 많은 대기업이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발달하는 기술 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우주 시대를 대비하지 않는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 싶다.
지구는 이미 인구 감소,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등으로 레드오션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50년 후 지금의 대기업들이 얼마나 생존해 있을지 궁금하다. 현대차의 로보틱스 사업이나 SK의 첨단소재 사업같이 이미 대기업들은 우주와 연결되는 사업군을 하나씩 갖고 있다. 관건은 오너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얼마나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의지를 다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택도 없는 소리라고 비웃겠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갔다.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한 스페인의 콜럼버스, 아이폰이라는 걸작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 테슬라의 창업자 괴짜 일론 머스크까지.
"우리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몰라. 지구로 다시 돌아갈수 있을 것인지도 나는 몰라. 하지만 이 일이 언젠가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고 행동하자."(쥘 베른, 달나라 탐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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