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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프리IPO 투자성적표]딥노이드, '높은 공모가' 주관사 엑시트 발목잡았다[KB증권] 괴리율 50% 초과, 6개월 보호예수에 발목…손실 가능성 배제못해

최윤신 기자공개 2022-09-19 13:59:24

[편집자주]

국내 IPO 시장에서 증권사의 프리IPO투자가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프리IPO는 상장을 앞둔 기업의 밸류업을 지원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IPO 하우스들은 이를 적극 활용해 IPO 주관업무를 따내고, 부족한 수수료를 캐피탈게인으로 만회하려 한다. IPO와 연계한 하우스의 프리IPO 투자가 이뤄진 딜을 들여다보고, 하우스의 엑시트 성적을 추적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3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지난해 8월 상장한 딥노이드에 대한 프리IPO 투자 엑시트를 올 상반기에 마쳤다. 2020년 9월 투자 이후 약 1년 6개월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원금을 겨우 회수하는 수준으로 엑시트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엑시트 타이밍이 늦었을 경우 손실을 봤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상장 과정에서 공모가격이 높게 산정된 게 오히려 독이 됐다. 프리IPO 투자 후 6개월이 미치지 못한 시점에 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투자금액보다 50% 이상 높은 공모가격이 설정되며 지분을 6개월간 팔 수 없었다. 상장 첫해부터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추정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보이며 주가는 우하향하는 모습이다.

◇ 주관사 선임 후 투자, 기업가치 2배로 산정

딥노이드는 2019년 10월 1일 KB증권을 IPO를 위한 대표주관사로 선임하고 본격적인 코스닥 상장 절차에 나섰다.

주관사의 프리IPO 투자는 약 1년에 걸친 실사 과정에서 이뤄졌다. KB증권은 2020년 9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라운드에 10억원을 참여했다. 당시 약 94억원 규모로 진행된 라운드에는 KB증권 외에 엠포드에쿼티파트너스, 하랑기술투자 등의 재무적투자자들이 참여했다.

당시 발행된 상환전환 우선주(RCPS)는 5만774원으로, 발행주식총수를 기준으로 1094억원의 밸류가 책정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2018년 10월 투자유치 당시 평가받은 약 573억원 대비 두 배 가량 밸류를 높였다. 투자가 이뤄진 직후 딥노이드는 무상증자를 단행했고, 이 직후 KB증권은 RCPS를 보통주로 바꿨다.

같은해 12월 딥노이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프리IPO 투자가 이뤄진 지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듬해 6월 10일 심사가 승인됐다. 이후 발행사와 주관사는 증권신고서에서 공모가격 밴드를 3만1500~4만2000원으로 제시했는데, 수요예측은 흥행했고, 공모가격은 밴드 상단에서 정해졌다.

높은 공모가격이 결정되며 KB증권의 엑시트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예심 청구 시점이 프리IPO 투자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6개월의 보호예수가 의무화 된 것이다.

코스닥 상장규정에는 “상장주선인의 투자기간이 상장예비심사청구일을 기준으로 6개월 미만인 주식 등에 대해 6개월간 의무보유에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예외조항에 따라 공모가격이 프리IPO 투자가격과 괴리가 50% 미만일 경우 1개월만 의무보유하면 되는데,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되며 6개월의 보호예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상증자를 반영한 KB증권이 취득한 주당 가격은 2만5387원으로, 수요예측 후 결정된 공모가격(4만2000원)과의 괴리율은 65%였다.

상장을 마친 뒤 딥노이드의 주가는 하락세를 걸었다. 이에 따라 KB증권이 엑시트로 얻을 수 있는 캐피털게인은 줄어들어갔다. 시장의 영향도 있었지만 기대에 못미친 사업성과도 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의 2021년 매출은 9억4400만원에 그쳐 상장 당시 KB증권이 제시했던 추정(18억6600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시점에는 프리IPO 투자지분의 캐피탈게인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보호예수가 끝난 올해 2월 17일 종가기준 딥노이드 주가는 1만2450원으로 KB증권의 프리IPO 취득가격보다 낮았다. 딥노이드는 상장 이후 한 차례 더 이뤄진 무상증자를 감안할 때 KB증권의 주당 취득가격은 1만2693.5원으로 계산된다.

KB증권은 2월17일~6월 30일 사이에 투자한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 기간 딥노이드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6970~1만4800원선에서 움직였다. 가장 높은 1만4800원에 모두 처분했다고 가정할 경우 1억6600만원의 이익을 거뒀고, 가장 낮은 주가에 처분했을 경우 최대 4억5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보호예수가 끝난 후 즉각적인 엑시트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투자한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처분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딥노이드 주가는 2월 중순~2월 말까지는 1만2000원선에서, 3월달에는 주로 1만4000원선에서 형성됐다. 만약 4월 중순 이후에 지분을 처분했다면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4월 25일 1만1000원대로 떨어진 이후 6월 말까지 주가는 지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 ‘3개월 보호예수' 의무인수분도 수익 기대하긴 어려워

상장주선인으로서 의무인수한 지분도 큰 소득이 없이 엑시트 한 것으로 여겨진다. KB증권은 공모 주식 수의 3%인 9000주를 공모가격(4만2000원)에 인수했다. 이 지분은 3개월간 보호예수가 설정됐다.

KB증권은 해당 지분을 지난해 11월 17일~12월 말 사이에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무상증자를 반영했을 때 취득가격은 2만1000원인데, 이 기간 딥노이드의 주가는 종가기준 1만6450~2만3575원을 오갔다.

이 마저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상장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딥노이드의 주가는 빠르게 떨어졌는데, 3개월 의무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시점에 무상증자가 발표되며 주가가 공모가 수준까지 회복됐기 때문이다.

KB증권은 딥노이드 상장을 통해 사실상 수수료 수익에 만족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는 정액 8억원으로 설정됐는데, 공모규모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됐다. 1억원의 성과수수료도 더해졌다. 공모금액(126억원)을 고려할 때 수수료율은 700bp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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