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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HMM, 미온적 주주환원 진짜 이유는 지배구조?③대주주의 민영화 원칙에 높은 주가는 불리, 대주주 배당 수령도 논란 여지

강용규 기자공개 2022-09-20 10:12:32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14:19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이 호실적에 힘입어 현금을 두둑하게 쌓고 있다. 재무지표도 과거 대비 개선됐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의 강화를 향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주주친화정책 강화가 상당한 제약 아래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한국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 두 공적기관이 대주주로 있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지배구조상의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이들의 HMM 민영화 의지와 주주환원 사이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 HMM 민영화의 전제조건, 너무 높지 않은 주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HMM이 정상기업이 된 만큼 산은 정관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신속한 매각이 원칙”이라며 “전체 해운업 차원의 그림에서 접근해야 하는 만큼 협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8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HMM이 흑자가 계속 나는 상황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민영화로 가야 한다”며 “현재 주식 가격으로 보면 34~35% 지분을 확보하려 해도 10조원 가까운 돈이 필요한 만큼 공적기관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식으로 민영화 여건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해진공은 해수부 산하 기관인 만큼 해수부의 방침을 따르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이 민영화의 속도에 대한 의견차가 있을 뿐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HMM은 산은이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주주, 해진공이 19.9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일각에서는 지분율 5.02%의 3대주주 신용보증기금도 HMM을 지배하는 공적기관으로 보기도 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 공적기관 수장의 발언은 곧 민영화의 전제조건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34%의 지분율, 즉 종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은 주주총회에서 적대적 주주의 특별결의안건을 방어할 수 있는 숫자로 안정적 경영권 확보의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조 장관은 지분을 매각해야 할 산은과 해진공 측에서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시장 가격대로 매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중시했다. 두 의견을 종합해 보면 HMM의 주가가 너무 높아져서는 매각에 불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 민영화 방침과 주주환원의 이해상충, 배당에 걸린 딜레마

주주친화정책은 기본적으로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 환원하는 방법론이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주주친화정책은 소액주주들의 투자심리를 개선한다. 결국 주주친화정책은 궁극적으로 주가 부양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HMM은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한 여력이 충분하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 45.7%의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췄다. 150%만 넘어도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평가받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548.9%에 이른다. 전체 유동자산 15조2239억원의 75.1%에 해당하는 11조4269억원을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기타유동금융자산의 합계)로 보유했다.

그러나 대주주의 방침이 민간으로의 매각인 만큼 높은 주가가 민영화에 불리하다는 전제를 안고 주주친화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사 연구원들이 제시하는 HMM의 2022년 결산배당 컨센서스는 연결기준 배당성향 5.58%다. ‘짠물배당’으로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야기했던 지난해 5.5%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HMM은 2021년 결산배당으로 총 2934억원을 현금배당했다. 올해 순이익 전망치 10조6224억원에 배당성향 5.58%를 대입하면 예상 배당 규모는 5972억원이다. 배당액의 절대치가 2배 이상 증가하기는 하나 낮은 배당성향은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향한 주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아직 배당정책과 관련해 발표한 내용이 없는 만큼 증권사 컨센서스대로 배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볼 수만도 없다”면서도 “HMM이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데 대주주 관련한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극적인 수준의 배당성향 상향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HMM은 낮은 배당성향과 별개로 배당 실시 자체를 놓고서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주주들이 배당금을 수령한다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HMM은 결산배당으로 1주당 600원을 균등배당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607억원, 해진공은 586억원의 배당을 수령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 적정성을 따지는 비판이 나왔다. 부실기업의 회생 지원이 목적인 산은과 해운 경쟁력 강화 목적인 해진공 두 공적기관이 배당금을 수령해 HMM에 크든 작든 부담을 안겼다는 점에서다.

그렇다고 대주주들을 배당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차등배당을 실시하는 것 역시 주주 권한을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공적기관의 목적 달성을 위한 자금이 세금을 기반으로 조성되는 만큼 배임 논란의 소지도 있다. 대주주들의 배당 제외나 차등배당이 HMM과 관련 없는 국민의 혈세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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