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환경경영전략]'클린테크' 내세운 DS, '사회적 감축' 강조하는 까닭③신재생에너지 조달은 쉽지 않아…저전력 반도체로 에너지 절감 '기여' 강조
김혜란 기자/ 이민우 기자공개 2022-09-21 14:44:39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9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전 사업부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곳은 단연 반도체·디스플레이(DS) 부문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데다 첨단 공정을 돌리려면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래도 DS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공정 효율화 등을 통해 최대한 감축하고 통제할 수 있다. 문제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달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삼성전자가 직접 제어하기 힘든 스코프3(Scope3)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Scope3는 기업이 직접 배출하거나 전기 등 구매한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 이외에 그 기업과 관련된 모든 탄소 배출원을 따지는 것을 말한다.
사실 협력사가 배출하거나 운송 과정 등에서 나오는 탄소(Scope3)까지 삼성전자가 제어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러나 스코프1(Scope1), 스코프2(Scope2)를 빠듯하게 관리해도 Scope3가 통제가 안 되면 진정한 RE100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 DS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환경전략'을 발표한 다음 날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 성과를 강조하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만 별도로 개최한 것도 Scope3 저감 노력과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저전력 반도체가 결과적으로 소비자 사용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를 가져오는 데 대해 Scope3 성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탄소배출 감축 압박, 리스크지만 기회될 수 있다
저탄소 경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커지는 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반도체 기업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저탄소 제품을 잘 만들어낸다면 오히려 기회가 된다. 탄소중립은 이미 글로벌 흐름이 됐다. 지금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삼성전자가 해야 하는 일은 친환경 기술개발·제품 생산과 이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다.
삼성전자가 지난 16일 따로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클린테크' 기술을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송두근 DS부문 환경안전센터장(부사장)이 참석해 삼성전자의 클린테크 로드맵을 직접 설명했다.
송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전 세대보다 성능이 1.3배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약 20% 향상된 디램(DRAM) 'LPDDR5X'를 내세웠다. 14나노(nm) 공정과 회로 설계 개발, '동적 전압 기술'을 통해 구현 가능하단 설명을 덧붙였다. 이 외에 HKMG(하이-K메탈게이트) 물질을 활용한 공정과 실리콘관통전극(TSV) 등을 통해 D램의 전력 효율을 개선시킨 점, 컨트롤러와 D램, 낸드플래시 등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구성하는 모든 칩을 저전력 칩으로 적용해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비는 낮춘 점 등을 부각시켰다.
송 부사장은 "저희가 초저전력 반도체를 만들면 (삼성전자의 부품을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커스터머(고객사)의 사용 전력이 자연스럽게 감소한다"며 "설계 과정부터 저전력 반도체를 만들어 (데이터센터·서버, PC, 모바일기기, 그래픽·게임 등 다양한 응용처의) 전력 감소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저전력 반도체를 만든다고 해서 Scope3 분야 감축 성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DS가 생산한 저전력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냉장고에 사용돼 소비자가 사용되는 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Scope3 분야 저감 성과로 계산된다. DS가 소비자 제품 사용 단계에서 탄소 저감을 유도했다고 해서 그 성과를 Scope3에서 인정받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업체 한 전문가는 "세트 업체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성과를 따질 때 협력사에서 줄인 부분 등을 쪼개서 계산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저전력 부품을 내놓더라도 일반적인 Scope1, 2, 3 카운팅에서는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특성 부각…"Scope3에서 '사회적 감축' 기여해달라"
그럼에도 클린테크는 삼성전자 DS의 사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공식적으로 Scope3에 포함해달라는 논리를 펴긴 어려우나 '사회적 감축'을 화두로 띄울 수 있다. 이는 마케팅에도 활용 가능하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언론 보도자료에서 "갈수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열기를 식히는 것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데 매우 중요해졌다"며 "전 세계 서버를 삼성의 최신 저전력 SSD와 DDR5 등으로 교체할 경우 그 자체로 전력 소모가 절감되고, 데이터센터 발열을 식히기 위한 전력도 절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RE100 추진을 선언하면서도 특히 Scope3와 클린테크를 강조한 건, Scope 1, 2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단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사실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삼성전자가 Scope2(제조를 위해 사용되는 전기·냉방 등의 간접 배출원) 분야에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정부 도움 없이 삼성전자 DS 혼자 할 수 있는 건 역시 기술 개발이다. 클린테크를 강조한다면, 삼성의 반도체를 쓸 경우 세트사들이 Scope3 관련 탄소 배출 감축이 가능하단 점, 그리고 반도체 산업 특성상 삼성전자가 저전력 반도체를 통해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단 점을 동시에 부각할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반도체 산업을 '친환경 제품 제조' 산업으로 해달라,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크더라도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핵심 산업으로 분류해 주고 이해해달라는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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