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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친환경 기자재 다각화' 일승, 글로벌 시장 노린다①HRSG·LNG RU 포트폴리오 확대, ESG 비롯 규제 강화에 수혜…탄소포집·풍력도 겨냥

울산=신상윤 기자공개 2022-09-22 0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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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0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특히 환경(E)은 글로벌 기후 위기와 맞물려 기업의 존망과 직결되는 전략 중 하나로 부상했다. 많은 투자자가 기업의 환경 전략을 요구하면서 전통 산업들도 변화에 직면했다. 이같은 변화에 친환경 조선 기자재 전문기업 '일승'은 사업영역을 산업 전반으로 다각화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 전열을 넓히고 있다.

◇가시화된 사업 다각화 성과, 늘어나는 친환경 기자재 포트폴리오

지난 16일 오후 1시쯤 찾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일승의 학남공장. '깡! 깡!' 울리는 망치질 소리가 끊임없이 고막을 채우는 가운데 시선은 학남공장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장비들에 쏠렸다.

초록색 천으로 포장을 마친 선박용 '스크러버(Scrubber)' 4기와 산업용 보일러 기자재 2기 등이 출하를 앞두고 공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대형 스크러버들 뒤로는 액화천연가스 재기화 설비(LNG RU) 등이 나란히 출하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김동규 일승 공장장(전무)은 "최근 납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일부 야간작업도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포장된 스크러버는 선박 건조 일정에 맞춰 곧 출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크러버와 HRSG를 비롯해 최근에는 LNG 재기화 설비 등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공장 내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일승 학남공장 내 스크러버 등 주요 제품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더벨

1988년 설립된 일승은 환경장비부문 조선 기자재 전문기업으로 이름을 알린 기업이다. 선박 내 분뇨처리기(STP)나 조수기 등은 글로벌 선사들이 직접 납품을 요청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LNG RU나 HRSG, 산업용 보일러 기자재 등은 2017년 11월 세진중공업의 자회사로 편입된 후 사업다각화에 나선 결과물이다.

LNG RU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이어진 육상관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았으나, 전쟁 이후 공급망이 막히면서 해상으로 눈을 돌린 상황이다. 이에 LNG RU 수요가 늘어나면서 육상과 해상 등에 납품 경험이 있는 일승을 찾는다는 것이다.

발전소 친환경 설비도 새로운 먹거리다. 올해 7월 일승은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으로부터 HRSG 핵심 기자재의 초도 수주에 성공했다. HRSG는 복합화력발전소 가스터빈에서 연소 후 배출되는 고온, 고압의 배기가스를 재활용해 스팀 터빈을 돌리는 친환경 설비다. 기존 석탄화력발전소가 환경규제 강화로 LNG 등 복합화력발전소로 바뀌고 있어 HRSG 관련 수주가 늘어날 전망이다.

◇강화된 환경규제, 글로벌 무대로 넓어진 시장

일승의 전방 산업은 단연 조선업이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국내 조선산업은 최대 수혜를 받고 있다. 선박용 STP와 스크러버를 주력으로 삼은 일승 역시 전방 조선산업 호황에 공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날 학남공장 방문에 앞서 찾은 일승의 부산 녹산공장도 주력 제품인 STP와 소형 스크러버, 조수기(해수담수화 장치) 등의 생산이 한창이었다. 일승의 STP는 특허 등록된 '유동성 접촉여재(MBBR)'를 활용해 유지·보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일승에서 국산화한 일부 부품이 STP에 투입되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지난 16일 일승 학남공장 내 LNG RU 등 주요 제품 제작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더벨

친환경 조선 기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승은 올해 상반기(별도 기준) 매출액 1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규모는 70.4% 늘어났다. 수주가 늘어나는 만큼 투자로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했다. 연초 자회사 동방선기와 공동으로 투자해 인수한 부산 미음공장이 대표적이다. 미음공장은 녹산공장에서 차량으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전방 산업의 성장은 일승에 기회를 제공했다. 조선 기자재를 넘어 친환경 장비 사업 다각화로 '퀀텀점프'를 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LNG RU와 HRSG가 이미 가시화된 사업 다각화의 산물이라면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인 'CCUS'와 메탄 저감 장비 'iCER' 등은 차기 먹거리다. 일승은 최근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과 협력해 육·해상 친환경 탄소 저감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16일 일승·동방선기의 미음공장 내 배관 등 주요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더벨

더 나아가 풍력시장도 노리고 있다. 모회사 세진중공업이 글로벌 풍력 기자재 전문기업들과 손을 맞잡은 가운데 일승은 관련 기자재 제작에 힘을 보탠단 계획이다. 최근 세진중공업, 금양그린파워 등과 해상변전설비(OSS) 제작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일승은 주요 기자재 국산화에도 뛰어들었다.

손지익 일승 대표는 "기존 친환경 조선 기자재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는 만큼 LNG RU와 HRSG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 성과를 내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이 환경규제와 맞물려 친환경 장비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산화탄소나 메탄 포집 등 앞선 기술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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