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M&A]산은과 손잡은 한화그룹, 이해관계자 '득실'은산은 '신속·통매각' 최선의 선택…한화, 방산 외 시너지 고민 불가피
유수진 기자공개 2022-09-27 14:35:45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6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을까. 2008년 인수 시도가 무산된 이래 14년 만이다. 이번 건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 정부가 주도하는 딜이라는 특징이 있다. 단순히 한화그룹의 의지가 아닌 이들의 선택을 받았기에 성사될 수 있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그렇다보니 일반 기업의 인수합병(M&A)과 달리 이해관계자간 득실이 명확하다. 조선업 개편이란 큰그림 아래 정부의 입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입장에선 최근 힘을 주고 있는 방산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동시에 상선부문 활용 등을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대우조선 한화 품에…산은, 신속매각·통매각 '두마리 토끼'
산업은행은 26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다. 올 1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조양 인수에 퇴짜를 놓은 지 8개월 만에 새주인을 찾았다. 당시 EU 당국은 양사의 결합이 글로벌 LNG선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불허를 통보했다.
산은은 한화그룹을 파트너로 낙점하며 오랫동안 '앓던 이'였던 대우조선해양을 넘길 수 있게 됐다. 그간 투입한 공적자금(4조2000억원)도 절반 가량 회수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빠른 매각'과 '통매각'이란 두가지 과제를 모두 완수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 산은으로서는 최적의 선택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이번 딜은 스토킹호스로 추진된다. 인수의향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응찰자가 없으면 인수의향자에게 우선매수권이 돌아간다. 통상 속도감 있게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앞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할 때도 같은 방식을 썼다. 사실상 정부 측에서 상대방을 점찍고 세부내용을 협의하며 딜을 끌고가는 식이다.
이는 국가기간산업을 책임지는 조선사 매각에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번의 경우 한화그룹이 2조원을 들여 지분 49.3%를 확보하기로 하면서 신속매각을 위해 다소 싸게 넘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명분이 있다.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사실상 다른 인수후보가 없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지난번 발목 잡힌 기업결합 승인 문제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화는 조선업을 주력으로 하지 않아 독과점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육해공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 도약, 상선·해양플랜트 시너지 고민
한화그룹은 산은 등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검토해왔다. 다만 보안 유지에 특별히 만전을 기해 그룹 내부에서 검토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 몇명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접점은 방산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사업을 눈여겨봐온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방산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화그룹은 현재 사업 개편을 진행하며 그룹 내 흩어져있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밑으로 통합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통해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군함, 잠수함 등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사업을 품게 되면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사업간 시너지는 물론이고, 네트워크 활용 등을 통한 수출 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한화그룹 방산의 '글로벌 톱10' 도약 시기를 기존 목표였던 2030년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상선 등 나머지 사업부문들이 고민일 수 있다. 사실상 신사업으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은 방산부문 인수만을 원했으나 산은 측의 강력한 주장에 전체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은 크게 상선과 해양플랜트, 특수선으로 나눌 수 있다. 셋 다 업황에 따라 매출 기여도가 달라지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특수선은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대신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 가장 '잘 나갔던' 시절에도 매출 기여도가 20% 미만이었다.
최근엔 LNG선 수주가 잇따르며 해양플랜트와 특수선을 합해도 매출 비중이 1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13% 수준을 밑돌았다. 한화그룹 입장에선 대우조선해양 전체를 인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를 기대해볼 만 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발전사업에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암모니아 사업 등이 대우조선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그룹은 방산을 책임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실상 총대를 멘다. 인수대금의 절반인 1조원을 투입한다. 한화시스템(5000억원)과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개(1000억원)도 힘을 모은다. 이들은 26일 대우조선과의 투자합의서(MOU) 체결을 앞두고 이사회를 열고 투자계획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 극대화 뿐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라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방산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제품을 다양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조양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조양이 상선과 해양플랜트 비중이 커 이 부분에 대한 시너지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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