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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관영업 지각변동]농협은행, 지역지자체 강자 '선택과 집중' 전략⑨전국 시금고 점유율 56% 압도적 1위…지방 네트워크 강점

김형석 기자공개 2022-10-05 08:10:32

[편집자주]

‘뺏고 빼앗기고’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전쟁이 치열하다. 철옹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영업 기회를 창출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수익성에도 보탬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더벨은 기관 유치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각축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5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은행은 따지자면 설립 10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경분리 이전 시기부터 농협이 다져온 전국 네트워크를 감안하면 기관 영업의 역사가 길다. 지방 기관장 시장에선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전국 시금고 유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은 부산·인천·울산·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대구·경기·인천 등에서 388개의 시금고를 확보하고 있다. 전체 운영 중인 시금고가 686곳인 것을 감안하면 농협은행의 점유율은 56.56%에 달한다. 전국 시금고 중 절반 이상을 농협은행이 관리하는 셈이다. 이는 점유율 2위권인 우리은행(58곳, 8.45%)과 신한은행(55곳, 8.01%) 등과도 상당한 격차다.

농협은행은 전북·전남·경북·경남 등 남부지역 4개 도의 1금고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와 부산 등에서는 특별회계·기금인 제2금고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도 농협은행의 승전보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인천시 2금고와 안동시 1금고 기관으로 선정됐다. 농협은행은 두 금고가 수탁 은행을 경쟁 입찰로 바꾼 2000년대 이후에도 한 번도 금고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5월에는 전남 광양시 1금고 자리를 유지했다. 특히, 광양시는 지난 2020년 KB국민은행을 2금고 기관으로 선정했지만, 이번엔 광주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1금고 자리는 농협은행이 굳건히 지켰다.

인천 2금고는 기타특별회계를 담당한다. 올해 본 예산 기준으로 2금고의 규모는 2조63억원이다. 안동시 1금고는 안동시 일반회계와 공기업 특별회계 등 약 1조4000억원 규모다.

두 기관이 모두 장기간 농협은행을 수탁은행으로 선정한 데에는 금고 업무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1월 인천시의 세금 납부 시스템인 이택스(ETAX)가 행정안전부의 통합시스템으로 바뀔 예정인데, 농협은행은 그간 2금고를 맡으며 해당 납부시스템 도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농협은행이 지방 시금고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데는 독보적인 지역 네트워크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일반 시중은행들과 달리 농촌 및 농가 지원이란 특수성을 강조해왔다.

농협은행은 농어촌과 도시를 넘나드는 영업망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포 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도 점포 숫자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둬왔다. 농협은행은 2금고 수성에 성공한 인천에서도 백령도 등에 유일하게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의 전국 점포수는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1000곳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전국 영업점포(지점·출장소) 수는 1117곳이다. 특히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점포수가 692곳 감소한 반면, 농협은행은 오히려 9개의 영업점이 늘어났다.

농협은행 기관영업 방향은 '선택과 집중'이다. 최근 은행들 사이에선 주요 기관 금고 선정을 위해 과도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 금고 관리 은행 선정에선 4000억원(1금고 신한은행 3050억원, 2금고 우리은행 1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이 약정됐다. 농협은행은 전국에 촘촘히 깔려 있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출연금보단 네트워크에 강점을 보이며 알찬 영업 성과를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대형 기관에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서울시금고와 국민연금 등 경쟁이 치열한 기관영업엔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농협이 강점을 갖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지방에 위치한 지역 지자체에 탁월한 우위를 선점하는 비결이다.

농협은행이 지역 금고에서 전통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데는 지역 재투자 평가에서도 여실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금융회사의 지역재투자 평가결과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전국 9곳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는 2위를 기록한 기업은행(5곳)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농협은행은 최종등급에서도 기업은행과 같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농협은행이 최우수 평가를 받은 지역은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충남·세종, 경북, 경남, 제주 등이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부터 지역 예금을 수취하는 금융회사가 지역 경제 성장을 지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다. 평가 지표에는 △지점·ATM 등 금융인프라 투자 △공동점포 참여 △점포폐쇄 시 사전통지 및 사전영향평가 시행 여부 등이다.

농협은행에서 기관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김춘안 부행장이다. 올해부터 공공금융부문장을 맡은 김 부행장은 2012년까지 중앙회 신탁부 팀장, 중앙본부 인사부 팀장 등을 거쳤다. 현장영업을 경험한 것은 2013년부터다.

대구 출신인 그의 영업지역은 대구·경북지역에 집중됐다. 2013년 경북 영주시지부 지점장을 시작으로 영양군지부장을 지냈다. 이후 청송군과 포항시지부장을 역임한 뒤 2020년 대구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이듬해에는 경북본부장을 역임했다. 경북도와 대구의 경우 농협은행이 장기간 시금고를 유치해왔던 만큼, 현지 기관영업에도 강점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지역기반을 통해 성장하며, 수익을 지역사회로 재투자하는 등 지역 간 균형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지역사회 기여 측면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점포를 축소하지 않았던 정책의 결과 지방 시금고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방 시금고의 경우 대형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과의 시금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시금고를 확대하기 보다는 기존에 보유한 시금고를 유지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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