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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관영업 지각변동]"하나은행 수도권 영향력 확장 목표, 구심점은 인천시"⑥김창근 기관사업본부장 "추월전략, 중장기적 관점의 배려"

김현정 기자공개 2022-09-20 08:31:11

[편집자주]

‘뺏고 빼앗기고’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전쟁이 치열하다. 철옹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영업 기회를 창출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수익성에도 보탬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더벨은 기관 유치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각축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은 기관사업 조직 재편 작업을 발판으로 적극적으로 사세를 불리고 있다. 조직이 기능별로 체계화되면서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조직 정비의 선봉에 서서 전열을 갖추며 우수한 트랙 레코드를 쌓아올리고 있는 인물이 김창근 하나은행 기관사업본부장(사진)이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목표 대상 기관들에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해당 기관 임직원들에 양질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주거래은행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과거 노조위원장이라는 이색 경력이 있는 만큼 그 누구보다 직원 사이드에서 원하는 바를 날카롭게 짚어낼 수 있다.

이번에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인천시금고를 향한 의지도 굳건하다. 하나은행은 수도권 내 지자체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인천시가 바로 그 구심점이다. 김 본부장은 인천시의 퍼스트(first) 파트너가 아닌 온리원(only one)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체계 정비와 성장동력 붙이기, 조직 간 시너지 'up'

“정말 어려울 때 선배들이 기관사업을 만들고 고생했는데 지금은 그 토대 위에 조직을 정비하고 성장동력을 붙이는 과정이다. 경영이라는 게 조직구조를 갖춘 다음 역량이 맞는 사람을 배치한 뒤 운영하는 것으로, 기관사업 역시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김 본부장은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기관사업도 조직 정비와 인력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기관사업부로 발령받았을 당시만 해도 이제 막 조직이 만들어진 단계였기에 오자마자 책임자로서 영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구조를 짰다고 한다.

과거 서울은행 출신인 김 본부장은 2002년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합병 이후 노조를 시작했다. 2005년에는 첫 통합노조 위원장에 올랐다. 이후 2016년까지 총 4번이나 연속해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을 맡았고 이 경험들은 훗날 기관사업을 펼쳐나가는 데 커다란 자양분이 됐다.

김 본부장은 노조에서 나온 이후 기관사업부로 발령받았다. 오자마자 ‘인천시금고’ 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팀장이 됐다. TFT가 해산한 뒤 2019년 1월 기관사업부장을 역임하게 됐고 2020년 초엔 기관사업단장에 올라 기관사업을 이끌게 됐다. 올 초 기관사업단이 기관사업본부로 바뀜에 따라 현재 기관사업본부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나은행 기관사업본부는 영업그룹 아래 위치한다. 직접적인 영업 현장과 연계해 더 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받아 기관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배치다. 기관사업부 자체적으로도 현장 관리를 하지만 영업점에서 기관을 상대하다가 중요한 입찰 정보가 포착되면 기관본부에 전달해 시너지를 낸다.

기관사업본부 아래는 기관사업부와 종금부가 있다. 김 본부장의 주요한 성과 중 하나는 올라운드플레이어 스타일이었던 기관사업부 내 기능들을 체계적으로 재편했다는 데 있다.

우선 현장 강화를 위해 기관사업부 아래 RM팀(영업조직)들을 배치했다. 서울에 8개, 지방에는 대전·대구·전주·나주·울산·부산 등 혁신도시에 6개 RM팀을 만들었다. 14개 지역 RM들은 파견을 나가 상주하면서 담당 지역의 기관사업 현장을 책임진다.

김 본부장은 “RM팀들은 공격적 영업을 위해 특별히 편성된 ‘특공대’ 개념”이라며 “RM팀 내에서도 1파트는 지자체 및 지자체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학교, 병원 등을 담당하고 2파트는 공공기업만 담당하는 식으로 업무분장이 깔끔하게 정리돼있다”고 말했다.

기관사업부 안에는 ‘기관사업지원 유닛’을 만들었다. ‘기획’과 ‘영업지원’ 등 두 개 파트가 있다. 기획은 기관사업 전반에 대한 방향키를 설정하는 곳이다. 시장에 대한 리서치도 하고 계획도 세운다. ‘왜 이 사업에 뛰어드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현장에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역할도 한다.

영업지원은 제안요청서(RFP)들을 분석해 학교, 정부 지자체, 법원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입찰을 담당하고 결과에 대한 점검과 리뷰도 이곳에서 한다.

김 본부장은 “불과 3~4년 전만해도 기관사업부라고 했지만 역할들이 불분명해 중복으로 다룰 때도 있었고 대응이 늦기도 했다”며 “이제는 조직 재편으로 시스템이 갖춰져 조직끼리 시너지를 내고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수도권 내 영향력 강화 목표...인천시 'Only one' 파트너 자처

김 본부장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 주거래를 늘리며 사세를 불려나갔다. 보건복지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주거래은행 등 모두 올해 거둔 성과다.

김 본부장은 지자체 금고은행 사업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물론 하나은행의 영향력이 강한 대전, 충청 지역에선 금고은행 사업 역시 안정화돼있다. 대전시금고, 충남도금고 등 금고 은행을 하면서 대전대 등 학교와 대천·충청에 기반을 둔 지방공기업 등까지 꿰차고 있다.

김 본부장이 갈증을 느끼는 곳은 수도권이다. 앞으로 4년가량 동안 착실히 준비해 서울시 내 기초단체, 인천시와 인천시 아래 구청·공공기관·공기업에 하나 둘 하나은행 깃발을 꽂겠다는 포부다.

김 본부장은 “지방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진 곳도 분명 있지만 수도권은 아직 부족하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올해는 서울시금고나 서울시 구청 금고는 과감히 접었는데 앞으로는 역량을 키워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의 수도권 확장 전략의 중심엔 인천시가 있다. 인천시만큼은 하나은행의 파트너로 삼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인천시 금고 사업은 김 본부장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다. 2018년 8월 인천시금고 입찰을 앞두고 '하나은행도 수도권 내 금고 유치'라는 목표로 2017년 TFT를 만들었는데 당시 TFT장이 김 본부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인천시금고를 12년 간 맡아온 신한은행을 뛰어넘진 못했다. 대신 하나은행은 인천 서구청 금고은행을 거머쥐었다. 인천 서구는 인구 수가 58만명으로 인천시 전체 인구의 1/5 에 이르는 곳이다. 김 본부장은 그렇게 인천시 서구청 금고로 하나은행의 수도권 내 첫 지자체 금고를 따냈다.

올해 8월에도 인천시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다음 기회인 2026년엔 반드시 인천시금고를 차지할 것이란 의지를 보인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타운이 완성돼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하나글로벌캠퍼스, 직장어린이집이 들어섰고 이제 2025년 말 청라 그룹헤드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지주를 비롯해 6개 계열사가 입주한다.

김 본부장은 “총 사업비만 2조원”이라며 “총자산 600조원 규모의 거대 금융그룹이 인천시에 유치되는 것으로 인천 내 고용 뿐 아니라 기업체들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금융은 인천시의 퍼스트가 아닌 온리원이 되고자 한다”며 “인천의 '지역은행'으로 자리잡고 싶은 만큼 인천시에 있어서 여러 은행들 중 최고가 아니라 유일한 파트너 은행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끝으로 하나은행의 추월 전략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더 많이 배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관이나 지자체와 손익을 나눠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은행이 조금 덜 챙기고, 기관에 소속된 임직원들에게 보다 좋은 조건의 금융서비스를 내걸 것이란 얘기다. 결국 신뢰가 모든 사업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에 있으면서 반대쪽에도 있어본 경험으로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며 “기관에 소속된 개인 손님들이 원하는 종합금융서비스를 누구보다 잘 설계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관사업부 직원들에게도 영업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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