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T 미래전략]2년만에 넘은 자율등급제 도입, 경쟁력 강화 '한걸음'①내년 4월 자체 등급 분류 가능, 내부 전문가 육성도 중요
김슬기 기자공개 2022-10-14 13:14:36
[편집자주]
국내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TV와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뉴미디어가 혼재해 이와 관련한 법률 재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OTT 업체인 콘텐츠웨이브, 티빙, 왓챠 등이 글로벌 업체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경쟁하고 있다. 국내 OTT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2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House of the dragon) 8회는 심의 지연 이슈로 10월 11일(화)에 공개 예정입니다"최근 웨이브(Wavve)는 HBO 오리지널 콘텐츠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독점 공급으로 재미를 봤다. 국내 OTT 중 HBO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티빙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웨이브는 심의 지연으로 정해진 날짜에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공개하지 못한 것이다.
국내 OTT업계는 자율등급제 도입으로 한 시름 놨지만 하위법령을 논의하고 있는 등 남은 과제도 많다. 또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 힘 의원이 창작자 보상청구권 내용이 담긴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전체 미디어 규제를 통합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이 추진되면서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영비법 개정안으로 한시름 놓은 OTT업계
국회는 지난달 본회의를 열고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한 자체 등급분류 제도를 허용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OTT 사업자들은 내년 4월부터 제한관람가 등급을 제외하고 자체 등급 분류를 통해 온라인 비디오물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국내 OTT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그간 OTT는 영비법에 따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사전 등급을 받아왔다. 방송국에서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법에 따라 사전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되고 사후심의를 받고 있다. 방송사가 드라마를 만들 때 자체 심의 등급을 매기고 나중에 방송통신위원회(방심위)가 심의하는 방식과는 달랐다.
과거 OTT가 기존 드라마나 극장 영화 VOD를 공급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자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공급의 속도도 중요해졌다. 사전 심의는 통상 1~2주 정도가 걸리지만 콘텐츠 숫자가 많아지면서 시일이 더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국내 OTT 입장에서는 시의성이 있는 콘텐츠거나 국내·외 동시방영을 해야 하는 경우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실제 웨이브 뿐 아니라 왓챠 역시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를 주문형 비디오(VOD)로 서비스하려고 했었지만 심사 지연으로 실제 공연 후 1주일이 지난 시점에 공개할 수 있었다. 이미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영상이 소비된 후였다. 해당 플랫폼은 콘텐츠를 무료제공하기 때문에 사전 심의를 받을 이유가 없다.
OTT업계 관계자는 "사실 자율등급제 관련해서는 2020년부터 줄곧 논의를 해왔던 것이고 이제라도 받아들여져서 정말 다행이다"라며 "콘텐츠 산업은 마케팅이 중요한데 그간 등급 분류가 언제 될지를 몰라 마케팅이 애매했던 게 사실이었고 이제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자율등급분류사업자 지정 기준 놓고 '고민중'
영비법 개정안 통과 이후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하위법령이 어떤 식으로 정해질지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OTT협의회는 개정안 의결 이후 영등위와 함께 하위법령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자율등급분류사업자의 지정과 관련된 부분이다. 당초 OTT업계에서는 신고제를 요구했으나 지정제로 결정됐다.
한국OTT협의회 측은 "산업계가 신고제 도입을 요구해온 것과 달리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대한 지정제가 도입되는 등 여전히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이 추가적인 규제 신설이 아닌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마련하는데 있어서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선 OTT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허가 사업자에 한해서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분류한다는 건데 5년에 한 번씩 재지정 심사를 받아야 해서 허가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가령 홈쇼핑 사업자의 경우 방송법에 따라 5년마다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OTT도 비슷한 상황이 된다면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지정에 대한 기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들지만 업계와도 논의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OTT업계가 경쟁 심화로 어떤 업체도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규제로 인해 사업이 흔들릴 수 있어 신중한 상황"이라며 "하위법령을 만드는데 여러 이해관계자가 열심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부적으로 각 사업자가 자체 등급을 매겨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자 선임과 이들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 OTT는 유료 플랫폼이지만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만큼 콘텐츠 선정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거 사전심의를 받았을 때도 방송법 적용을 받는 TV방송에 비해서는 음주나 흡연, 사행 행위에 대한 표현이나 묘사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 때문에 자율등급제 도입에 따른 우려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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