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꽂혔던 허재명, 손에 쥔 2조 현금 '어디 쓸까' 캐나다 스파 브랜드 '조 프레시' 국내 론칭후 실패...해외서 투자회사 설립 전망도
양도웅 기자공개 2022-11-01 11:11:18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1일 10:19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의 인수로 최근 일단락된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에서 관심을 끄는 점은 특정 법인이 아닌 허재명 이사회 의장(사진)이 '조 단위' 매각대금의 대부분을 손에 쥔다는 점이다.허 의장이 보유한 일진머티리얼즈 주식 2457만8512주 등을 인수하기 위해 롯데케미칼이 지급하는 대가는 2조7000억원이다. 여기엔 일진머티리얼즈가 해외 생산법인 관리를 위해 2021년 설립한 아이엠지테크놀로지 인수 자금이 포함돼 있지만 비중은 미미하다. 상당 부분이 허 의장이 보유한 일진머티리얼즈 주식에 대한 대가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 최대 세율인 25%를 적용해도 허 의장은 1조원이 훌쩍 넘는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일진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 외에 별도의 직책을 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매각에 맞춰 자연스레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 허 의장은 '한 개인으로서' 조 단위 자금을 갖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는 허 의장이 이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다. 일진그룹 사정에 밝은 업계 한 관계자는 "허 의장은 일진그룹이 속한 B2B 산업이 아닌 B2C 산업에 진출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며 "과거에도 패션사업에 뛰어든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허 의장은 2014년 일진머티리얼즈 계열사인 오리진앤코를 통해 캐나다 스파 브랜드인 '조 프레시(Joe Fresh)'를 국내에 들여온 적 있다. 당시 국내외에서 '유니클로'와 '자라' 등 스파 브랜드가 흥행하는 점을 보고 북미에서 4조원 이상의 연간 매출을 달성하던 조 프레시를 국내에 독점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허 의장은 미국을 직접 방문해 조 프레시와 계약을 체결했을 만큼 진지했다. 부친인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일찌감치 승계 구도를 정리했기 때문에 형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와 승계를 위한 경쟁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사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다.
일진그룹이 전통적으로 속해 있던 B2B 산업이 아닌 B2C 산업에 진출했기 때문에 허 의장은 나이키와 리바이스, LG패션(현 LF) 등에서 잔뼈가 굵은 남기흥 대표를 영입했다. 배우 고소영 씨를 모델로 내세우고 청담에서 론칭 쇼를 연 뒤 곧바로 명동에 1호점을 내는 등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뼈아팠다. 공식 론칭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허 의장과 조 프레시 측은 사업을 접기로 했다. 조 프레시가 주요 매출처인 미국에서 급격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인 까닭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2016년 3월 코엑스몰점 철수로 조 프레시는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허 의장은 여전히 B2C 사업에 관심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단 과거처럼 직접 사업을 운영하기보다는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자금을 밑천으로 투자회사를 설립해 B2C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게 한 시각이다. 투자은행 업계 중심으로 허 의장이 싱가포르로 이주해 투자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허 의장은 진취적이고 터프한 성격"이라며 "이러한 성격 때문에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선대에서 어렵게 얻은 전지동박(elec-foil) 제조 기술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리고 자기 사업에 의지를 보이는 밑바탕엔 이러한 기질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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