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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주춤하던 수주 재개…네옴시티 훈풍 '촉각' [다시 뜨는 중동 허와 실]친환경 플랜트 집중 공략…이재용 부회장·빈 살만 왕세자 간 인연 '주목'

이정완 기자공개 2022-10-18 08:33:18

[편집자주]

중동시장은 과거 한때 우리 건설사들에게 '수주 텃밭'이었다. 국내 건설업계가 세계에서 수주액 2위로 거듭난 배경에는 중동발 오일머니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경 저유가 충격으로 인한 '중동 쇼크'가 걷잡을 수 없이 지속되자 국내 상당수 건설사가 현지 부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 중동 시장에서 최근 들어 네옴시티 등 대규모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건설사들이 너도 나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중동 시장 리스크는 과연 사라진 것일까. 이를 짚어보고 각 건설사별 주요 프로젝트 실황은 어떤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4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의 중동 사업 기조가 달라졌다.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를 지은 삼성물산이었지만 그동안 해외 사업 적자 탓에 중동 수주를 줄여왔다.

지난해부터 중동 수주 기조에 변화가 감지됐다. 카타르에서 LNG 수출기지 건설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UAE등에서 친환경 플랜트 중심 계약이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관심이 큰 사우디아라비아 공략도 예상된다. 총 사업비가 600조원이 넘는 네옴시티 관련 발주가 본격화될 예정이라 수주 확대가 전망된다.

계약 매출이 전기 매출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공사 계약을 살펴보면 최근 수년간 삼성물산의 수주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공사 막바지 단계에 이른 수주 계약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면 2010년대 중반부터 중동 수주 공백이 드러난다.

삼성물산은 2010년 UAE에서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공사비 3조2231억원 규모 원전 공사와 2013년 사우디 아리야드 개발청이 발주한 공사비 3조313억원 규모 리야드 지하철 공사, 2014년 알제리 모스타가넴, 나마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 후 아시아 지역에 집중했다.


이 무렵 국내 대형 건설사의 중동 플랜트 적자가 발생하자 보수적인 접근을 택했다. 삼성물산은 이후 해외에서 동남아를 중심으로 토목, 건축 공사에 나섰다. 2015년 싱가포르 창이공항, 말레이시아 KL118 타워 공사를 비롯 2016년에는 싱가포르 톰슨 이스트 코스트 라인 지하철 공사, 2020년에는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공사 등을 따냈다.

주춤하던 중동 공사가 재개된 건 지난해부터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월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가 발주한 공사비 2조6325억원 규모 LNG 수출기지 탱크 공사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말에는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가 발주한 공사비 2조7987억원 규모 UAE 초고압직류송전망 구축 프로젝트를 따냈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의 안정세와 국제 유가 상승 흐름이 맞물려 중동 석유화학회사의 발주가 증가하자 수주가 덩달아 늘었다.

눈에 띄는 건 삼성물산이 전통의 석유화학 플랜트가 아닌 친환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2020년 ESG 전략 강화를 위해 탈석탄 선언을 한 뒤 LNG 복합화력 및 저장시설, 신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도 중동 지역 친환경 플랜트 전략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카타르 국영에너지 회사인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초대형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공사비는 8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수주한 카타르, UAE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략적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경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총 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650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은 이미 연초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공사비 1조3000억원 수준 네옴시티 터널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네옴시티 사업은 이재용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 간 친분 덕에 더 주목을 받는다.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삼성 승지원에서 만남을 가진 후 같은 해 9월 이 부회장이 사우디를 찾아 한 차례 더 만났다.

빈 살만 왕세자의 연내 방한은 불투명해졌지만 두 사람의 친분을 바탕으로 한 사업 논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진과 중동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중동 시장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이 부회장의 사업 의지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를 만들고자 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니즈가 부합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친환경 플랜트 같은 신사업과 발주 증가가 기대되는 신시장 위주로 중동 지역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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