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투 밸류업 점검]"PIB로 '투자 플랫폼' 기업 도약한다"⑤장현일 경영지원실장 "AA급 대형 증권사로 육성…밸류업 진정성 알린다"
이정완 기자공개 2024-11-22 13:53:32
[편집자주]
‘4860원과 4870원.’ 전자는 밸류업 공시 직전인 지난 9월 5일 DB금융투자 종가이고 후자는 10년 전인 2014년 9월 5일 종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DB금융투자 시가총액에는 변함이 없었다. 적극적인 주가 끌어올리기에 나선 이유다. DB금융투자는 ‘PB+IB’란 키워드를 앞세워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자회사 수익성 개선도 시급 과제다. DB금융투자의 밸류업 전략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금융투자는 중소형 증권사 중에선 이례적으로 밸류업 계획을 알렸다. 금융투자업계는 밸류업 공시 후 주가 향방에 주목하지만 장현일 DB금융투자 경영지원실장(CFO)의 시선은 그 너머를 향했다. 장기적으로 대형 증권사로 성장하기 위해 밸류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중위권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 제시한 핵심 사업 전략이 'PIB' 연계모델이다. 고객을 중심으로 한 PB와 최적화된 금융 솔루션을 제시하는 IB를 합쳐 다양한 투자 상품이 한 곳에 모이는 금융 플랫폼 회사로 만들려 한다.
◇전사 차원 '공유자원' 관리로 리스크 극복
장현일 실장은 2022년 말 CFO란 중책을 맡았다. 2000년대 초반 DB금융투자에 합류한 그는 경영기획과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신임 CFO에게 주어진 환경은 녹록하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즈니스가 급격히 위축됐다.
장 실장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DB금융투자 본사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시장에 신용경색이 찾아왔는데 공유자원과 유동성에 대해 통합 관리하는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어 특별한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며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재무건전성, 유동성, 손익변동성 차원에서 어느 정도 위기를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DB금융투자는 채무보증이나 상품을 인수하는 신디케이션, PI(고유자산) 투자 등을 공유자원이라 칭하며 전사 차원에서 직접 관리한다. 높은 성과 달성을 위한 사업부 간 내부 경쟁 격화를 피하고자 한도를 정해 놓고 부서 간 협업을 유도한다.
장 실장은 “부동산 호황기에도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져 상한선을 설정해뒀다”며 “회사에서 선별적으로 PF 비즈니스를 수행해왔다 보니 위험에 노출된 총량 자체가 적었고 포트폴리오도 회사가 관리할 수 있는 사업장 위주로 구성됐다”고 평했다.
DB금융투자는 올해 들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밸류업 공시를 위한 적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초 곽봉석 대표이사가 새롭게 취임하고 장 실장도 비슷한 시기 CFO로 일하기 시작하며 그동안 쌓은 콘텐츠를 시장에 알리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장 스토리가 바로 PIB 연계 사업모델이다.
장 실장은 “자기자본 1조원 내외 증권사로서 직접 인수영업을 펼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고객 투자까지 연계시키는 PIB는 자본 제약이 없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형 증권사 중에서 PIB를 가장 잘하는 증권사라는 신념이 있다”고 다짐했다.
궁극적으로 금융투자 상품의 플랫폼 회사로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지금도 만기 1년 이내 단기 기업금융 상품을 고객에게 상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IB 조직에서 딜을 끌어오면 PB가 이를 고객에게 안내한다. 기업금융 상품이 끊이지 않게 하는 게 DB금융투자의 목표다.
자회사인 DB자산운용과 DB저축은행도 이 같은 성장 모델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는 “펀드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DB자산운용은 DB손해보험 운용 통합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DB자산운용과 DB저축은행 등 자회사가 DB금융투자 기업가치 제고에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PIB를 위한 성장이 단순히 중형 증권사를 넘어서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가 저평가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됐는데 여기엔 강한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장기적으로 AA급 대형 증권사로 성장해 주식시장에서 평가 받는 부분을 개선시키겠다”고 밝혔다.
도약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금융투자업계에서 활약하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계획도 세웠다. 장 실장은 “수익성과 시가총액이 모두 빠르게 성장하는 증권사라는 평판을 쌓아 우수 인력을 확보·양성하고자 한다”며 “지금도 우수한 영업 인력을 모으고 있고 앞으로도 DB금융투자와 함께 비즈니스할 사람을 찾으려 한다”고 전했다.
DB금융투자 경영진은 시장 신뢰를 얻고자 회사 주식 매입에도 한창이다. 우선 장 실장부터 지난달 말 8000주를 사들였다. 곽봉석 대표도 이달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1만주 가까이 취득해 보유주식수를 기존 8213주에서 1만8161주로 늘렸다.
장 실장은 “밸류업 공시 후 실시한 자기주식 매입 발표를 회사 차원에서 이행하는 것과 동시에 책임 경영 차원에서 경영진도 자율적으로 매입을 시작했다”며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직원도 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장 과실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CFO로서 시장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밸류업 공시 후 여러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연락이 와 교류하고 있고 투자에 관심을 갖는 운용사와도 개별적으로 소통 중”이라며 “주식시장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도록 밸류업에 대한 진정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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