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아베오 인수]LG화학의 바이오 전략, SK·삼성과 어떻게 다를까신기술 대신 제품·영업망 확보 주력…빅파마와도 다른 행보
홍숙 기자공개 2022-10-20 08:18:36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9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미국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인수를 발표하며 삼성과 SK 등 다른 대기업과 어떤 차별화 전략을 펼칠지 시장은 관심있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특히 위탁생산(CMO)으로 캐시카우를 삼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허가 받은 항암제로 매출은 물론 영업망 확보까지 나선 LG의 전략이 주목된다. 최근 신규 기술이나 플랫폼 확보를 위해 M&A를 단행하는 글로벌제약회사와는 다른 접근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LG화학은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이하 아베오)'를 인수하기로 18일 결정했다. 거래금액은 5억6600만달러(8000억원)로, 지분 100%를 확보한다.
아베오는 200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톤에 설립된 회사로 2010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임상개발·허가·영업·마케팅 등 항암시장에 특화된 종합적인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신장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포티브다'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SK 등 다른 대기업과 달리 CMO 사업 대신 바이오벤처 M&A를 통해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LG화학(구, LG생명과학)은 신약개발에 뛰어든 2000년대 초부터 나스닥 상장사 인수를 꾸준히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부터 LG생명과학에서도 5억달러(7126억원) 규모로 미국 나스닥 상장사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며 "이런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어 임상개발을 넘어 영업망까지 확보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벤처가 미국 영업망을 갖춘 LG화학에 기술이나 제품을 넘겨 글로벌 마케팅을 펼칠수 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라며 "여타 CDMO를 캐시카우로 삼는 대기업들과 분명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로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최근엔 유전자치료제 분야 미국 바이오벤처 투자와 관련 인력을 충원하며 신규 모달리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K는 SK바이오팜으로 뇌전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 등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분야로 신약개발부터 미국 영업망 확보까지 나섰다. 여기에 SK팜테코와 이포스케시 등 해외 기업을 인수해 CDMO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CMO 사업에 진출했다.
시장 관계자는 "이미 제미글로 등 국산 신약 개발과 마케팅 경험이 있는 LG는 신약 영업 및 마케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아베오를 통해 연구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신약개발 전주기 밸류체인을 확보해 미국 현지화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던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되며 신성장 동력으로 신약개발 등 바이오 분야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LG가 미국 쪽 사업에 영향력이 미비한 편이라 미국에 진출할 신사업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었다"며 "미국 바이오벤처 밸류가 낮아진 상황과 LG가 유통채널을 갖춘 회사 중심으로 인수 회사를 검토하는 상황이 맞아 떨어졌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신규 플랫폼 및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M&A를 단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빅파마들은 항체접합의약품(ADC) 플랫폼, mRNA 등 신규 모달리티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혁신신약(First in class)이나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사노피는 항체-RNA 접합체 플랫폼을 보유한 미레큘(miRecule)을 인수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나스닥 상장폐지에 몰린 기업 '로직바이오 테라퓨틱스(LogicBio Therapeutics)'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번 LG화학의 인수는 미국에 영업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에는 의미가 있지만 글로벌제약회사 M&A 트렌드와는 다른 전략"이라며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는 승인된 제품의 유무보다는 신약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플랫폼과 신규 기술 확보를 위해 M&A를 단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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