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0월 19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인수합병(M&A)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미국 바이오텍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이하 아베오) 인수에 8131억원을 베팅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Meridian Bioscience)를 2조원에 M&A를 추진하고 있으나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았다는 점에서 LG화학 딜과 차이를 보인다. M&A 이후 LG화학은 바이오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만큼 지배구조 안정성이 부각된다. 이번 거래를 발판 삼아 글로벌 제약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단독 M&A 역대 최대 규모, 보유 현금 활용 계획

LG화학은 아베오를 5억6600만달러(약 8131억원)에 인수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아베오 임직원이 보유한 미행사 스톡옵션을 포함한 모든 주식을 1주당 15달러에 사들이는 구조다. 공시 당일 아베오 종가는 10.48달러로 인수가에는 43% 프리미엄이 붙었으며 최근 30거래일 평균 종가를 감안하면 71%의 웃돈을 지급한다.

LG화학은 보유 자산과 가용 현금을 활용해 인수대금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조278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추진한 M&A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전에는 2018년 SK가 5100억원을 들여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 앰팩의 모회사를 인수한 거래가 대형 딜로 꼽혔다. 에스디바이오사이언스-메리디언, GS컨소시엄-휴젤, 한국콜마-CJ헬스케어 등 조 단위 M&A도 성사됐으나 인수 주체에 FI가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가 아닌 기업 단독으로 M&A에 나선 만큼 바이오텍은 자본 확보와 함께 지속적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라며 "LG화학이 M&A를 통해 공격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선다면 국내 바이오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수직계열화 통한 신약 사업 강화

LG화학은 이번 M&A가 완료되면 미국 보스톤 소재 100% 자회사 'LG Chem Life Science Innovation Center(이하 LG CBL)를 통해 아베오를 손자회사로 둔다. LG화학→LG CBL→아베오 구조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만큼 혁신 신약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아베오가 축적한 유·무형자산을 확보하면서 바이오 사업이 지니는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하게 됐다. 아베오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장암 표적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 승인을 받고 매출을 내고 있다.

시판된 제품으로 예상 매출을 구체화할 수 있는 만큼 투자 부담을 일부 덜어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LG화학은 올해 아베오 예상 매출을 1500억원을 제시했으며 추후 적응증 확대를 통한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도 29개에 달한다. 아베오가 미국에서 쌓은 신약 상업화 노하우를 활용해 향후 출시될 신약의 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아베오가 구축한 △두경부암 치료제 Ficlatuzumab △암악액질 치료제 AV-380 △고형암 치료제 AV-203 등 총 3개의 임상개발 단계 파이프라인도 확충하게 된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아베오와 파이프라인이 겹치는 업체로는 이수앱지스, 녹십자홀딩스(GC)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