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현황 점검]무리해서라도 대규모 투자해야 하는 이유②탈사이클·성장성 확보 절실, 난감한 거시경제 흐름
김위수 기자공개 2022-11-01 07:29:36
[편집자주]
롯데케미칼은 재무상태가 건전한 기업이다. 보유 중인 현금예금이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롯데건설에 대한 약 6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에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의 우려가 과도한 것일까. 더벨이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7일 15:47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올들어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투자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다. 거시경제 여건이 악화되며 투자에 따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강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실제 투자계획을 축소하겠다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롯데케미칼 내부적으로도 현재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투자계획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투자가 재무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하지만 신사업 투자를 하지 않고는 '실기'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경영진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석화사업 높은 변동 폭에 안정성 확보 골머리
롯데케미칼 매출 중 대부분이 전통적인 석유화학 영역에서 발생한다. 올 상반기 기초소재사업부 매출은 총 8조9752억원에 달한다. 내부거래를 제거하지 않은 총매출 중 74%를 차지한다.
높은 기초소재사업 의존도는 경영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기초소재사업 실적은 석유화학시장 사이클에 따라 크게 갈린다. 호황일 때는 가만히 있어도 이익이 늘어나지만 다운사이클에는 어떻게 해도 실적을 내기 어렵다. 때문에 화학사들은 사업이 잘 될때 충분한 이익을 확보해놓은 뒤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집행하며 불황을 버텨낸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사이클 주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만 해도 시황이 좋았는데 올들어 최악의 국면으로 180도 전환됐다. 롯데케미칼의 경우에만 해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30.3% 늘어난 1조5356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사업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화학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경우 기업 규모에 비해 사업다각화가 다소 늦지 않은 것 아닌가 싶다"며 "(롯데케미칼도)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이뤄졌다면 올해 적자까지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화되는 경쟁, 수익성 악화 가능성
기초소재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업스트림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해외기업의 투자 확대로 공급과잉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신흥국 정부의 적극적 석유화학 인프라 지원과 국영기업 중심의 대규모 투자 확대로 향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상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시장의 진입하는 경쟁자들이 늘어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업스트림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운 상황이다. 기존 석유화학사들이 후발주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첨단소재 사업으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다.
◇사업구조 전환 긍정적, 관건은 재원 마련
롯데케미칼의 일부 투자에 대한 속도조절 가능성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굵직한 투자는 이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활용하고 차입과 같은 외부조달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굵직한 투자계획 금액만 단순 합산하면 2030년까지 필요한 금액은 20조원이다.
재무지표가 악화될 수 있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공식화된 후 "자산매각 등 내부 재원을 통한 인수자금 조달규모가 재무부담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경감시키지 못하는 경우 또는 업황 반등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신용도 하방 압력이 증가 할 것"이라며 "이에 연말까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과 업황 등 전반적인 대응력을 모니터링한 후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코멘트했다.
다만 투자자체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본격화됐다"며 "신사업 성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기업가치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사업에서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석유화학 시황이 단기간 내에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겠지만 반등시점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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