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늘어난 대한항공 사외이사, 높아진 이사회 문턱 지난해 사외이사 3명 한번에 선임...이사회 경영 안착 긍정 평가도
조은아 기자공개 2022-11-16 10:47:17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4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우주관광 스타트업 지분 투자가 이사회에서 보류됐다. 규모나 구조를 수정 및 보완해 투자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오너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일이 이사회 관문을 넘지 못한 건 한진그룹에서는 특히 이례적으로 꼽힌다.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조원태 회장이 이사회 장악력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3명을 한꺼번에 선임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8월 말 임시 이사회를 열어 미국의 우주관광 스타트업 '엑시옴스페이스' 투자 안건을 심의했다. 그러나 이사회의 무더기 보류표에 부딪쳤다.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9인으로 이뤄진 대한항공 이사진 가운데 사외이사 6명이 보류를 결정했다. 사외이사 가운데 2명은 불참했고 1명은 의견을 내지 않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조, 자본시장 급랭 등 대외환경 악화로 인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외이사 수가 많아지면서 이사회 문턱이 높아진 점을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2019년까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을 더해 모두 8명으로 이뤄졌으나 2020년 사외이사가 한 명 더 합류했다. 그러다 2021년 3월에는 무려 3명이나 추가돼 12인 체제가 됐다. 사외이사 수가 사내이사보다 3배나 많아지면서 단순 수치상으로도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2020년 11월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KDB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7대 의무' 이행을 약속했다. 그 가운데 산업은행이 한진칼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에 대한 지명권을 갖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한항공 측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으나 한진칼 외에 대한항공 사외이사 3명에 대한 지명권 역시 산업은행이 가져간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은 이번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직접 미국에 방문해 엑시옴스페이스 고위 경영진을 만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이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시대에 맞춰 우주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를 늘리기 위해서도 이번 지분 투자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막판 이사회 결의만 남았던 만큼 조 회장으로선 이사회의 무더기 보류 의견이 상당히 뼈아플 수밖에 없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부의 영향으로 사외이사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이 이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자신의 의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람들로만 구성하는 데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 전반에서 갈수록 이사회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인 만큼 긍정적인 측면도 크다. 이사회가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SK㈜ 이사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반대표에도 불구하고 안건이 가결된 일이 있었다. 최 회장이 투자 안건에 반대했지만 이사 9명 중 7명이 찬성하며 결국 추가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SKC 이사회는 지난해 9월 경영진이 추진하던 영국 음극재 기업 '넥시온'과 합작투자 안건을 부결시켰다. 지난해 11월 1조원이 넘는 대형 거래였던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 인수가 SK네트웍스 이사회에서 막판 부결되면서 무산된 적도 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지난 2월 경영진의 무배당 제안에 반대하며 현물 배당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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