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배터리체인 분석]늘어나는 배터리 합작 생산, 커지는 광물 확보 부담①배터리 광물 확보경쟁 심화, 자원 무기화… 원자재협의체 통한 조달 활발해질 듯
강용규 기자공개 2022-11-23 07:39:50
[편집자주]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친환경차 전환 추세 속에서 배터리(2차전지)는 완성차 핵심 부품으로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회사와의 합작을 통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배터리 밸류체인의 공급망 관련 리스크 해소 과제에 직면했다.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밸류체인을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 어떻게 강화해나갈 것인지를 더벨이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4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과거 전기차배터리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놓고 미온적으로 접근했다. 좋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만 집중하고 배터리의 조달은 배터리회사에 의존하는 분업 체제가 배터리 생산의 내재화보다 낫다는 판단에서였다.하지만 친환경차 부품의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고 세계적으로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전략을 배터리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짓는 합작 배터리공장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도 합작 공장의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배터리의 직접 생산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배터리 밸류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광물 및 소재 조달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완성차 원자재의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구매, 판매, 재경 등 경영 전 부문이 참여하는 원자재협의체를 통해 6대 주요 원자재의 시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6대 원자재는 귀금속류, 비철금속류, 석유화학제품류, 철판류, 친환경차소재류, 희토류 등이다.
현대차는 최근 호주 희토류 기업인 아라푸라리소시스와 연 1500톤의 희토류 산화물을 직접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광물기업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비철금속류)의 조달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원자재 조달 움직임이 니켈과 리튬 등 2차전지용 광물로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광물들은 원자재협의체가 분류하는 친환경차소재류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용 소재나 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배터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배터리소재회사나 전기차를 만드는 완성차회사들에게도 중요한 과제”라며 “현대차도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배터리 직접 생산의 참여가 늘고 있는 만큼 배터리용 광물 확보 과제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배터리용 광물을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광물기업들과 도입계약을 맺는 사례들이 점차 늘고 있다. 앞서 10월 미국 GM은 호주의 니켈 및 코발트 제련사인 QPM과 광물 구입 권리를 확보하는 제휴를 맺었다. 8월에는 독일 폴크스바겐과 벤츠가 캐나다 정부와 전기차배터리용 광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배터리용 광물의 매장량이 적거나,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튬은 현재 호주가 세계 최대 생산국이지만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3국에 글로벌 매장량의 70% 이상이 매장돼 있다.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만 글로벌 생산량의 70%가 나온다.
일부 광물은 자원 무기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는 니켈의 글로벌 매장량 가운데 22%가량이 존재하고 생산의 37%를 담당하는 세계 최대 매장국 및 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산업 육성을 위해 니켈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주요 배터리 광물 보유국 중 하나인 호주와 광물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광물 분야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같은 형태의 자원 카르텔이 등장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8월 LG에너지솔루션과 50대 50으로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생산공장을 짓는 방식으로 배터리 직접 생산의 첫 발을 내딛었다. 2024년 4월 양산 시작이 목표다. 이와 별도로 미국에서도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합작공장의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CFO)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도 배터리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공급망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러한 합작 형태의 생산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배터리용 광물의 안정적 도입은 현대차그룹에게 갈수록 무게감이 더해지는 과제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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