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RA 해법은]'정중동' 할 수 있는 건 다했다②공장 건설 계획은 원안대로...미국 현지 정관계 네트워크 총동원
조은아 기자공개 2022-11-11 07:42:51
[편집자주]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는 이름처럼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재정 긴축방안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에 치명적이다. 보조금 규모가 한대당 약 1000만원(7500달러)에 이르는 만큼 전기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RA 발효 3개월, 법안 수정 가능성과 현대차그룹의 대응 방안, 미래 전망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8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RA는 7월 말 처음 공개됐다. 이후 상원(8월 7일)과 하원(8월 12일)을 통과한 뒤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다.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정중동'. 조용한 듯 보이면서도 치열한 물밑 작업을 펼쳤다. 미국 정관계 인맥을 총동원했다. 3개월이 조금 안 되는 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차례나 미국을 방문했다.
첫 움직임도 빨랐다. IRA 발효 일주일 뒤 정의선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당시 정확한 행선지와 방문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관계 인사를 포함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IRA 관련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과 함께 국내외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도 미국으로 향했다.
당초 재계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전기차 전용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현대차그룹은 이 공장에 8조원을 투자해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전기차를 연 30만대 생산하기로 했다. 원래 내년 상반기 착공,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삼았는데 연내 착공을 통해 완공 시기를 2024년으로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현실화되지 않았다. 당장 착공이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영향을 미쳤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더 영향을 미쳤다. 착공식만 앞당겼을 뿐 타임라인은 처음 공장 건설 계획을 세웠을 때와 같다. 애초에 건설 일정 재검토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공장 가동을 최대한 앞당겨봐야 2024년 하반기인데 그 정도 기간을 단축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환율 등 대외 조건이 해외 투자에 불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섣불리 계획을 수정하기 전에 꺼낼 수 있는 다른 카드가 있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미국에서 사업을 하며 쌓은 정관계 네트워크가 '믿는 구석'이 됐다는 관측이다. 조지아주 정치권은 IRA 발표 직후부터 개정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IRA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매출이 타격을 받게 되면 조지아주 공장 투자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의 착공식을 앞당기는 과정에서도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조지아주 정치권이 먼저 착공식을 앞당겨줄 것을 요청했고 미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투자 의지를 다시 보여주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야했던 현대차그룹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9월 말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민주당)은 '미국을 위한 저렴한 전기차 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IRA가 담고 있는 전기차 세액공제 조건을 3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이 한국을 찾기도 했다. 윌슨 장관은 법안 발효 이틀 후인 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를 방문해 정 회장과 회동했다.
최근에는 현대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 역시 현대차그룹 지원에 합류했다. 현지시각 5일 테리 스웰 앨라배마주 민주당 하원의원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우리 정부와도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1월 4일까지 IRA 하위규정과 관련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우리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머리를 모아 의견서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전기차 세액공제를 차별화한 조항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기반으로 의견서를 작성해 동시에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는 10월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IRA에 대한 질의에 "해법에 대해선 현대차와 원팀으로 같이 하고 있다"며 "현대차와 우리에게 아이디어들이 1~2가지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회장의 8월 미국 방문부터가 정부와 조율된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 회장은 당시 뉴욕에 이어 워싱턴DC 등을 방문해 정재계 인사들을 만났는데 이때 우리 정부와의 사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10월 열린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뒤에는 알리 자이디 미 백악관 기후보좌관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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