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24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업계에서 베트남은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젊은 노동 인력이 풍부하고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점이 매력포인트였다. 향후 몇 년간 아세안 국가 중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베트남에 칩을 던지게 했다.이같은 장밋빛 전망에서 기회를 포착한 K-자본이 베트남을 향했다. 2015년부터 활발하게 진행된 베트남 스타트업향(向) 투자 키워드는 ‘성공한 스타트업 닮은꼴 찾기’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성과 사업성이 입증된 분야의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베트남의 직방이라 불리는 ‘프롭지’였다. 프롭지는 2016년 설립된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이다. 직방과 유사한 모델이라는 점이 부각돼 한국 벤처캐피탈의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 이커머스 기업 르플레어와 숙박 공유 플랫폼 기업 럭스테이도 한국 모험자본의 이목을 끌었다.
3개 기업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모델로 사업을 펼치던 곳이다. 르플레어는 선진국의 이커머스 기업, 럭스테이는 에어비앤비의 닮은꼴이었다. 해외 자본 유치에 성공한 3곳은 해당 산업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프롭지의 경우 베트남 프롭테크의 넘버원으로 부상했다.
투자한 기업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베트남 시장은 더욱 뜨거워졌다. 직접 투자 뿐 아니라 현지 벤처캐피탈과 협업해 적극적인 딜 소싱에 나서는 운용사도 있었다. 그렇게 베트남 드림이 무르익고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 드림은 오래가지 못했다. 달콤한 꿈이 일장춘몽으로 바뀐 건 한순간이었다. 글로벌을 강타한 코로나19와 맞물려 K-자본의 선택을 받았던 기업들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고속 성장하던 르플레어는 2020년 사업 중단에 이어 파산을 신청한 뒤 현지 배달 플랫폼 기업에 인수됐다. 베트남 프롭테크의 대표로 꼽혔던 프롭지도 올해부터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럭스테이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숙박 업계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실패의 표면적인 원인은 코로나19였다. 베트남 전체가 봉쇄되면서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힘들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최근 만난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는 폐업의 원인을 다른 요인에서 찾았다. 코로나19가 사업적 위기를 초래했지만 문화적인 요인도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베트남 창업자의 ‘모럴해저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귀띔했다. 사업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보단 회피에 급급한 창업자가 대부분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아직까지 창업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앞서 언급한 기업 중에서도 이같은 모럴해저드 이슈가 부각됐다.
베트남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다만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선 현지 창업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 실패 사례가 국내 벤처캐피탈에게 쓰디 쓰지만 유익한 보약이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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