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보유했던 자사주 전량 털었다...고려아연 행보 배경은 사업적 제휴 명분 아래 백기사 확보 움직임일까...지분율 격차 3%대로
조은아 기자공개 2022-11-29 07:40:26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5일 09: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전량을 처분하며 외부 투자자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처분한 건 15년 만이다. 앞서 8월 한화그룹의 지분 5% 확보로 불붙은 지분 경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25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보유 중이던 자사주(6.02%)를 처분했다. 전체 처분 금액은 7868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LG화학(2576억원), ㈜한화(1568억원)와 모두 4144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나머지는 트라피구라(2025억원), 모스탠리(653억원), 한국투자증권(1045억원)으로부터 모두 372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썼다. 자사주를 넘기고 해당 지분율만큼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고려아연은 신성장동력인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추진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 LG화학과 ㈜한화, 트라피구라 등이 모두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번 제휴에서 사업적 목적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타이밍과 규모를 볼 때 단순히 사업적 협력을 위해서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관측이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19만5760주를 한꺼번에 넘겼다. 고려아연은 2004~2007년 자사주 취득과 처분을 통해 119만5760주를 보유하게 된 뒤 지금까지 자사주를 추가로 취득하거나 처분한 적이 없다. 15년 동안 같은 수의 자사주를 보유했는데 이번에 모두 처분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고려아연의 독립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우호 지분을 확보해 추후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풍그룹은 70년 넘게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이 한솥밥을 먹고 있다. 장씨 측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영풍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측이 고려아연을 맡는 형태의 공동경영이다.
그러나 그동안 물밑에서 조용히 제기됐던 두 가문의 결별이 올들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결별설에 불을 지핀 건 한화그룹이다. 한화임팩트의 미국 투자 자회사 한화H2에너지USA가 8월 고려아연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보통주 5%(99만3158주)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했다. 이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한화임팩트가 2021년 8월 장내 매수를 통해 이미 고려아연 지분 1.88%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당시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유상증자를 의결하는 이사회에 불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립을 암시하는 최씨 측의 행보에 장씨 측에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장씨 측에선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고려아연의 독립이 반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원래도 탄탄한 기업이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의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최근 5년 사이의 실적만 살펴봐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우상향했다. 2017년 6조90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조9000억원을 넘어 10조원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9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장씨 측 계열사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가 고려아연 주식을 각각 5602주, 800주 장내 매수했다. 두 회사가 사들인 고려아연 주식은 지분율로 따지면 0.03%에 그치지만 지분 매입 경쟁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고려아연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장씨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풍을 필두로 장씨 측의 지분율이 31.38%에 이른다. LG화학과 ㈜한화를 비롯해 이번에 지분을 확보한 외부 투자자들이 최씨 측이라면 최씨 측 지분율은 27.78%까지 높아진다. 둘의 지분격차가 3%포인트 수준에 그친다. 이전 10%포인트 이상에서 상당 부분 격차가 줄어든 셈이다.
최씨 측의 명분도 확실하다. 고려아연은 그린수소, 자원순환, 배터리 소재를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이미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분야다. 최씨 측이 백기사를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오너끼리의 친분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구광모 회장과 한화그룹의 김동관 ㈜한화 대표이사 부회장 모두 최윤범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지분 맞교환은 혈맹이라고 불릴 만큼 가장 강력한 단계의 협력관계 구축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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