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2세 경영 점검]손태희 퍼시스 사장, '일룸·시디즈' 어떻게 장악했나'주식소각' 전략적 지배력 이양, 창업주 퍼시스홀딩스 지분 확보 과제로
이효범 기자공개 2022-12-05 08:13:13
[편집자주]
가구업계 창업주 시대가 저물고 있다. 조창걸 전 한샘 회장이 경영권을 매각한 것도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일찌감치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이제 막 경영권을 이양하면서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가구업 1세대인 창업주의 오너십이 이동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2세들의 행보와 경영 성과를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2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구업계에서 퍼시스그룹은 안정적으로 지분승계를 추진하는 사례로 꼽힌다. 손동창 퍼시스그룹 명예회장은 일찍이 승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 창업주들이 증여를 통해 후계자에게 지분을 넘긴 것과 달리 전략적으로 지배력을 이양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다만 퍼시스그룹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2개 축으로 구성된 과도기다. '손 명예회장-퍼시스홀딩스(옛 시디즈)-퍼시스'순으로 이어지는 출자고리와 '손태희 사장-일룸-시디즈(옛 팀스)'로 이어지는 축이다. 손 사장은 2021년말 기준 일룸 지분 29.1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사주 61.29%를 빼면 손 사장의 의결권 지분율은 75.2%에 달한다. 일룸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미 2016년 이같은 지배력을 완성했다.
일룸과 그 산하에 있는 종속기업들을 포함한 연간 매출액은 6000억원을 훌쩍 상회한다. 1990년대 창업해 여전히 5000억원 미만의 연매출에 그친 가구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룸과 종속기업들은 가구업으로 상당한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2010년 퍼시스그룹 관계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온 손 사장은 어떻게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을까.
◇일룸 장악 묘수 '시디즈 지분 소각'
일룸은 2007년 당시 시디즈(현 퍼시스홀딩스)의 생활가구 도소매 부문을 분리해 설립됐다. 물적분할 방식이어서 시디즈의 100% 자회사로 만들어졌다. 감사보고서상 확인할 수 있는 주주구성은 분할 이듬해인 2008년말부터다. 이때 최대주주는 지분 45.84%를 가진 시디즈였다. 이 외에 손동창 명예회장과 양영일 전 퍼시스 부회장이 각각 지분 18.9%, 32.82%씩 들고 있었다. 손 사장도 당시 지분 2.07%를 보유했다. 싱크대 목재파티션 업체 '한스'와 가구 온라인 쇼핑몰 운영 법인 '본비비'를 흡수합병하면서 시디즈 외에 다른 주주들이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주주구성에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일룸이 기존 주주들로부터 자사주를 33.19% 취득했다. 양 전 부회장 등의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룸은 자사주 취득에 111억원을 썼다. 2015년에는 손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 18.9% 중 절반 이상을 장남인 손 사장에게, 나머지 지분 5.2%를 장녀인 손희령 씨에게 넘겼다.
손 사장의 지배력에 이보다 확연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2016년이다. 시디즈가 보유한 일룸 지분 45.84%(114만5950주)를 모두 소각했다. 일룸 발행주식이 250만주에서 135만4050주로 줄어들자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상승했다. 특히 자사주가 전체 주식수의 61.29%를 차지하면서 나머지 주주인 손 사장의 의결권 지분율이 현재 수준으로 커질 수 있었다. 손 명예회장이 당시 시디즈의 지분 80.51%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손 사장이 일룸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과정에서 동시에 형성된 또다른 출자고리는 일룸과 당시 팀스(현 시디즈) 모자관계다. 팀스는 2010년 12월 퍼시스의 교육가구 및 교육기자재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당시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공공기관 조달시장에서의 참여 자격을 확보하기 위한 퍼시스그룹 차원의 전략이었다. 팀스는 조달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0% 가량을 차지한 선두업체였다.
다만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최대주주였던 손 회장을 비롯한 우호주주들이 거의 대부분 팀스 지분을 처분했다. 인적분할 초기인 2010년말 손 명예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주주 지분율은 모두 64.91%에 달했다. 하지만 2011년 37.52%로 줄었고 2012년 적대적 M&A 위기를 맞으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디즈(현 퍼시스홀딩스)가 계열사 바로스와 함께 팀스 지분을 사모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일룸이 팀스의 최대주주에 오른 건 2017년이다. 그해 4월 시디즈가 보유한 팀스 주식 전량인 40.58%를 일룸에 처분했다. 당시 시디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처분한 가격은 112억원이다. 이를 통해 손 사장은 일룸을 지배하는 동시에 간접적으로 팀스(현 시디즈)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팀스는 2018년 4월 시디즈로부터 의자 제조 및 유통사업을 325억원에 양수하면서 성장동력을 얻었다. 2017년 125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은 2018년 단숨에 141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흑자로 돌어섰다. 인수 첫해에만 43억원을 벌었다. 이와 함께 사명을 팀스에서 시디즈로 변경했다. 의자 제조 및 유통사업을 양도했던 기존 시디즈는 퍼시스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그룹 지주사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퍼시스홀딩스 지분 확보 '마지막 퍼즐'
2017년 이후로 손 사장과 손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에 거의 변화가 없다. 창업주에서 후계자로 그룹 지배력 이양이 일정 수준 완료됐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남은 수순으로 손 명예회장이 보유한 퍼시스홀딩스, 퍼시스 지분을 손 사장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말 기준 퍼시스홀딩스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2789억원에 달한다. 연결 종속기업은 퍼시스베트남과 시디즈차이나 등 해외법인이다. 다만 해당 법인들은 올들어 퍼시스와 시디즈에 각각 양도했다. 또 상장 자회사 퍼시스는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분류된다. 퍼시스홀딩스의 자기자본이 2597억원이다. 부채비율은 7.42%에 그쳤다.
이와 비교해 일룸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2262억원으로 퍼시스홀딩스보다 500억원가량 작다. 2019년까지만 해도 연결 종속기업이 없어 자산총계는 866억원에 그쳤다. 2020년부터 지분 55%를 보유한 계열사 바로스의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외감법 대상이 됐고 연결 종속기업에 포함됐다. 바로스를 통해 보유한 시디즈 간접 지분까지 일룸 지배력으로 인정돼 시디즈 역시 종속기업에 포함됐다.
업계는 손 사장이 부친의 퍼시스홀딩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시나리오는 일룸과 퍼시스홀딩스의 합병이다. 이 경우 일룸의 기업가치가 퍼시스홀딩스를 뛰어넘어야 손 사장에게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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