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지주사체제로, 인적분할 택한 이유는 주주가치 보전 위한 선택… 재계에서는 오너의 지주사 지분율 확대 기회에 주목
강용규 기자공개 2022-12-12 11:24:15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9일 18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체제 전환을 추진한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지만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한다.동국제강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통해 철강사업을 열연사업과 냉연사업으로 전문화하고 그룹을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동국제강은 2023년 6월1일을 기일로 존속법인인 지주사 동국홀딩스와 신설회사인 열연사업회사 동국제강, 냉연사업회사 동국씨엠 등 3개 법인으로 분할된다. 분할비율은 동국홀딩스 16.7%, 동국제강 52%, 동국씨엠 31.3%다. 이 분할안건을 승인받기 위한 주주총회는 2023년 5월17일 열린다.
애초 현 동국제강은 전기로 기반 열연사업을 진행하던 동국제강과 냉연 및 도금사업을 진행하던 유니온스틸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법인이다. 과거 재무위기 극복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법인을 합치게 됐으나 이제 기업의 체력이 회복된 만큼 다시 분할을 통해 각 사업이 고유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동국제강 측의 설명이다.
다만 사업부문을 떼어내 지주사의 형태를 갖추는 것은 물적분할로도 충분하다. 굳이 인적분할을 선택한 이유를 놓고 동국제강 측은 주주가치를 우선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사업자회사의 지분을 모두 지주사가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은 필연적으로 주주가치의 훼손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존 주주들이 신설 자회사 주식을 기존 지분율대로 보유할 수 있는 인적분할이 주주가치 보전에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물적분할로 주주들이 주주가치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사례가 여럿 있다.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할 당시에는 LG화학 측에서 주주들에 배당 등 주주환원 강화의 당근을 제시했으나 국민연금은 최종적으로 분할에 반대표를 던졌다.
동종업계에서는 세아베스틸이 물적분할을 통해 세아베스틸지주와 세아베스틸로 나뉘는 지배구조 개편을 시행할 당시 주주들의 반대가 거셌다. 인적분할은 이러한 우려의 소지가 없는 기업 분할의 방식이다.
철강업계는 내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건설, 자동차, 가전 등 전방산업의 수요 악화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동국제강은 내년 장세주 회장의 경영 복귀, 장 회장의 아들인 장선익 전무의 본사 경영활동 본격화 등 경영에 중대한 시기를 맞는다. 분할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요인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인적분할이 장 전무의 승계와 맞닿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보전한다는 장점과 별개로 ‘자사주의 마법’을 활용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오너가 인적분할 존속법인의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설법인 보유지분을 내놓고 존속법인의 자사주를 받는 방식으로 존속법인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식을 말한다.
2017년 현대중공업의 4사 분할이 대표적 사례다. 인적분할 전 현대중공업 지분율이 10.15%에 불과했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그룹 지주사 현대로보틱스(현 HD현대)의 지분율을 25.8%까지 확대했다. 동국제강도 인적분할 뒤 동국홀딩스가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로 예고된 만큼 자사주를 활용한 오너 지분율 확대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 전무가 1982년생으로 젊어 승계를 염두에 둘 시기도 아닌데다 동국제강 지분율도 낮아 자사주를 활용한 지분율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 장 전무의 동국제강 지분율은 0.83%에 불과하다.
다만 재계에서는 장 전무가 본격적으로 지분율을 늘리기에 앞서 동국제강 지분율 13.94%의 최대주주인 아버지 장 회장이 동국홀딩스 지분율의 유의미한 확대 기회를 맞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고 바라본다.
뿐만 아니라 분할기일인 2023년 6월1일이 아직 멀리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분할 전 장 전무가 공격적으로 동국제강 지분을 매입하거나 장 회장으로부터 장 전무로의 지분 증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 경우 장 전무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동국홀딩스 지분율의 유의미한 확대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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