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협회 설립 시도, 올해는 흐지부지 연말 퇴발협에서 법인화 안건 제시없이 마무리
이돈섭 기자공개 2022-12-28 09:11:3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2일 06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협회 설립 시도가 올해는 흐지부지 넘어가는 분위기다. 퇴직연금협회 설립을 사실상 드라이브해온 고용부 담당 과장이 내년 인사 대상자로 교체가 유력하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 의견이다. 퇴직연금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체계적인 이해관계자 협의체 설립은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업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47개 퇴직연금사업자가 퇴발협을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퇴발협 법인화 안건은 제기되지 않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열린 퇴발협에서 퇴발협을 법인화하자는 제안이 있었다"며 "이달 퇴발협에서 구체적 설립안이 간사 주도로 제기될 예정이었지만 흐지부지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2007년 4월 출범한 퇴발협은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각 업권 퇴직연금 사업자로 구성돼 있다. 매년 한두 차례 정기총회를 개최해 시장 정보를 교류하고 관련 정책을 논의한다. 최근 퇴발협 법인화 논의는 총 간사직을 맡았던 신한은행이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총 간사직은 한화생명이 맡고 있다.
겉으로는 사업자가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고용부가 드라이브하고 있다는 게 퇴직연금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구체적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업권 카운터파트가 필수적"이라며 "임의단체인 퇴발협을 카운터파트로 정책 등을 함께 논의하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퇴발협의 법인화 이슈는 퇴발협 출범 당시부터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사업자와 사용자, 근로자 등 퇴직연금 시장 참여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어려운데다 특정 정책에 대한 각 업권 의견도 제각각이라 실제 법인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역할을 맡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번번이 무산돼왔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4월 김동현 고용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시행에 앞서 각 업권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업권 의견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용부를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퇴발협을 법인화시켜 '퇴직연금협회'를 발족하자는 내용이었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등 각 업권별 협회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협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와 함께 협회 설립에 필요한 출자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업권 일각에선 고용부 소속 공무원들의 향후 자리 만들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고용부가 주장하는 협의체 구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굳이 법인 성격을 갖출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정책 소관 부처가 고용부지만 금융업계 협회를 세우려면 금융위원회 인가가 필요하다"며 "퇴직연금 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각 정부부처 간 협업과 의견 조율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달 초 퇴발협에서 구체적 설립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불발된 셈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김동현 고용부 과장의 임기가 사실상 올해까지로 협회 설립을 드라이브할 동력이 사라졌다"면서도 "올해는 유야무야 넘어가는 분위기이지만 언제 다시 관련 논의가 제기돼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모두 295조6000억원. 1년 전과 대비해 40조1000억원(15.7%) 증가했다. 현재의 적립금 증가 속도라면 2030년이 되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444조원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시장 확대와 함께 관련 정책도 나날이 구체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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