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19일 07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한 중견 증권사 퇴직연금 영업 부장은 '상품 부족'의 고충을 토로했다. 시장 부진과 제도 변화 등이 서로 맞물려 확정급여형(DB) 상품 부족에 시달리는 미증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증권업에 20년 넘게 일해왔는데 이런 시장은 처음"이라면서 "연말까지 이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연초 이후 국내외 증시 부진으로 펀드 등 실적배당형 인기가 곤두박질친 지는 오래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인기가 높아졌지만 증권사들이 PF 시장 불안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ELB 발행을 축소하면서 상품 공급량이 예년 수준의 반토막 이상 줄고 말았다.
보험사들은 내년 IFRS17 시행을 앞두고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이율보증형 상품(GIC) 공급을 줄이고 있다. 남은 것은 은행 예·적금. 만기 12개월 예금 금리가 대개 연 4%대까지 올랐지만 ELB와 GIC 등이 연 5% 이상 이율을 제공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품 부족으로 고객에 아쉬운 얘기를 해야 하는 사업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퇴직연금 시장은 증권사가 곧 장악할 것 같았다. 코로나19 확산에 정부가 유동성을 대량 공급하면서 증시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고, 투자 상품들이 이목을 끌면서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시 유입은 마치 시간문제처럼 여겨졌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퇴직연금 상품으로 ETF 신탁을 출시할 정도였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을 계기로 올 들어서는 DB 적립금의 펀드 운용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속속 증가했다. 당시 퇴직연금 제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개인 소신으로 장기 운용 비히클로는 실적배당형 상품이 적합하다"며 "DB 적립금의 펀드 운용은 정책 성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초 인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면서 매크로 환경이 급변하자 퇴직연금 시장 분위기도 뒤집혔다. 거의 모든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금리 특수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불과 1년여 사이 퇴직연금 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뀐 셈이다.
앞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가 빠진 지금이 펀드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하면서 억지로 적립금을 유치할 수 있겠지만 시장은 돌고 돈다"며 "연금 운용은 긴 시간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상품을 팔기보다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치 앞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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