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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인사 풍향계]농협은행장에 경기 출신이 낙점된 이유는⑤'경기' 출신 이성희 중앙회장 내부 입지 강화 일환…캐시카우 농협은행 지원

김형석 기자공개 2022-12-26 07:24:23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3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기 농협은행장에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상무)이 내정됐다. 농협은행은 앞서 이대훈, 권준학 행장 등 최근 행장 4명 중 3명이 경기 출신이다. 공교롭게 3명의 경기 출신 행장은 모두 이성희 중앙회장과 임기가 겹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첫 경기출신인 이 중앙회장의 입지 강화와 금융지주 권한 확대를 원하는 농협금융의 상황이 농협은행장 선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기 출신 기조본부장 연이어 행장 선임

차기 행장 내정자인 이 본부장을 포함 최근에 농협은행장을 역임한 인물 3명의 공통점은 출신지역이 '경기도'다.

이대훈 전 행장은 경기도 포천 출신으로, 1985년 농협중앙회 입사 후 서울과 경기지역 본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 농협은행장에 선임된 그는 2020년까지 임기를 이어갔다.
(왼쪽부터)이대훈 전 농협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사진=농협금융지주

다만 그는 2019년 말 3연임에 성공한 뒤 임기를 끝마치지는 못했다. 이듬해 1월 이성희 중앙회장이 당선되며 중도에 사퇴했다. 농협중앙회는 새 중앙회장이 당선되면 금융지주와 경제지 등 주요 CEO로부터 사퇴서를 받는 관행이 있다.

이후 새로 선임된 권준학 행장 역시 경기 출신 인물이다. 1963년생인 권 행장은 경기 평택 출신이다. 1989년 농협에 입사했다. 이후 경기기획총무팀장과 평택시지부장, 경기영업본부 마케팅부장 등을 맡았다.

특히 권 행장은 이 전 행장이 사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 바로 전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상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인사는 농협은행 농업·공공금융 부문장(부행장)으로 발령받은 지 두 달이 채 안 된 시기였다.

은행 부행장과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은 직급은 같다. 하지만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자리는 중앙회 지배구조상 최고 요직으로, 부행장에서의 이동은 사실상 영전 인사에 가깝다.

기획조정본부장은 중앙회장의 지근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다. 기획조정본부장은 중앙회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부문별 사업 조정, 인재개발, 신사업 발굴 업무를 수행한다. 아울러 금융지주, 경제지주 등 내 기획조정실을 총괄해 중앙회 조직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맡는다.

새로 행장에 내정된 이석용 내정자 역시 권 행장과 유사한 루트를 밟고 있다. 1965년생인 이 내정자는 경기 파주 출신이다. 1991년 농협에 입사했다. 권 행장과 비교하면 두 명 모두 경기 출신에 2년 터울이다.

이 내정자 역시 파주시지부장을 역임하는 등 경기·서울지역에서 대부분의 영업을 담당했다. 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 본부장을 지낸 후 권 행장에 이어 기획조정본부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첫 '경기' 출신 중앙회장…'캐시카우' 농협은행과 접점 강화

농협은행장 자리는 2012년 출범 이후 줄곧 중앙회의 입김이 작용한 자리다. 하지만, 중앙회장 출신지 인맥을 연속해서 직접 앉히지는 못했다. 농협은행장은 농협금융지주의 핵심 자리인 만큼 농협 내 최대 인맥인 영남과 호남 출신이 번갈아 자리를 맡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성희 중앙회장이 취임한 뒤 상황이 반전됐다. 농협 내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경기 출신 중앙회장이 당선되면서, 경기 출신 인사가 연이어 행장에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 중앙회장은 경기 성남 출신으로 1971년 성남 낙생농협에서 농협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낙생농협 조합장에 세 번 연속 당선됐다. 농협중앙회에서는 이사와 감사위원장을 맡아왔지만 영·호남권 출신들과 비교해서는 핵심 요직을 맡지 못했다. 2016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호남 출신인 김병원 중앙회장에 밀려 낙선하기도 했다.

이 중앙회장이 금융지주 내 농협은행장 자리에 본인 출신 지역 인물을 지속적으로 낙점한 데에는 금융지주 내 농협은행의 입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농협금융 내 농협은행의 입지는 타 금융지주사 이상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올해 금융그룹 순이익 중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1.9%에 달한다. 이는 지주사를 재출범한 지 2년 차인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은행 순익 비중은 각각 57.2%, 60%다.

농협은행은 이 같은 순익 창출 능력으로 농협금융을 넘어 농협중앙회의 실질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3분기 기준 농협은행이 농협금융 계열사와 농협경제지주 등에 제공한 신용공여 액수만 5조원에 달한다. 신용공여란 일종의 신용대출 한도를 말한다. 농협은행은 관계사의 신용공여 한도를 지속적으로 상향해 농협중앙회의 자금조달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은 최근 관계사의 신용공여 한도를 늘리고 있다. 농협은행의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농협은행이 계열사에 제공한 신용공여액수는 1조2238억6400만원(33%) 급증했다. 신용공여액수 증가분의 대부분은 유통과 경제 분야 사업이다. 농협사료는 전분기 대비 신용공여액이 2195억5700만원 증가했다. 농협경제지주도 같은 기간 신용공여액은 1027억8400만원 증가했다.

농협금융 다른 관계자는 "영남과 호남 출신 인맥이 핵심 자리를 차지해온 농협중앙회의 특성상 이성희 중앙회장이 새롭게 본인의 인맥을 확장시킬 수 있는 분야는 금융분야였다"며 "현재까지 농협금융의 경우 중앙회 내에서 입지는 작지만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만큼 향후 중앙회에서 입지도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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