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0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암울하다. 유난히 혹독한 요즘 겨울 추위 만큼이나 냉랭하기 짝이없다. 코스피는 장중 2200선이 붕괴되면서 해가 지나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음을 재확인 시켜주고 있다.IMF 이후 사상 유례없는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흉흉한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반기 안에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온다면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온기가 돌 것이라는 희망섞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 하락 롤러코스터가 언제쯤 바닥을 찍고 올라올지 함부로 예측하기 힘들다.
헤지펀드 업계도 시련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 무위험 예금금리가 5%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고위험 상품인 일반사모펀드는 그에 몇배에 상응하는 수익을 안겨줘야 하지만 자산 폭락기 20~30%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기 어디 쉬울까. 수익은 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여윳돈이 있는 일부 고액자산가들은 여전히 사모펀드를 찾고 있지만 그마저도 대형사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라임을 필두로 한 사모펀드 사태 이후 운용사에 대한 판매사의 허들이 높아지고 극도의 시장 위축이 맞물리면서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계 상황에 다다른 운용사 몇몇은 라이선스 값 정도의 프리미엄만 받고 매매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기도 한다.
이같은 대형 헤지펀드 운용사로의 쏠림현상은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시장이 가뜩이나 위축된 마당에 오랜 기간 쌓인 트렉레코드, 비교적 큰 운용규모와 같은 정량적 요소를 보고 고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이러한 대형사 쏠림은 장기적으로는 헤지펀드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모든 투자는 수익률로 귀결되지만 운용사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전략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운용 철학과 투자 지향점도 수익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신생, 소형 운용사들이 클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금융벤처로 불렸던 헤지펀드가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고 투자에 임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오롯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2016년을 전후로 활성화 된 기관들의 '루키리그'가 좋은 예다. 당시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신생사 발굴을 위해 루키리그를 따로 설정해 출자금을 배분했다. 크지 않은 돈이었지만 새내기 운용사들이 중견사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고 이후 연기금과 공제회가 잇따라 루키리그를 신설하면서 이제는 업계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기관의 루키리그는 정책자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헤지펀드 운용사에 똑같이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판매사들이 운용사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고 정량보다는 정성 요소를 보다 면밀히 따진다면 긴 호흡에서 헤지펀드 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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