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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거버넌스 리스크 점검]여전히 목줄 쥔 정부? '시그널'은 계속 된다②정권 교체 후 현직 CEO 대상 검경 수사 등 전방위 압박, 중도 사임 반복

이장준 기자공개 2023-01-12 13:06:08

[편집자주]

KT가 민영화한 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정권이 바뀔 때면 '외풍'이 지배구조를 흔들곤 한다.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CEO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는 KT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 민영화 이후 KT를 흔든 외풍의 역사를 짚어보고 현재 지배구조가 지닌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0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민간기업' KT의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외부와 독립된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다. 하지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현직 CEO를 겨냥해 흠집을 내려는 움직임이 지속됐다. 이제는 정부에 법적인 인사 권한이 없으니 알아서 물러나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실제 상당수는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면서 임기를 미처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인사철이면 정권과 인연이 닿은 이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새로 부임한 CEO에게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의 영향력이 지대함을 보여준다.

◇임기 중 하차한 남중수·이석채, 압박 견딘 황창규 전 대표

남중수 전 사장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연임에 성공했다. 민영화 이후 KT CEO 가운데 첫 연임 사례가 됐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바로 다음 달 조영주 전 KTF 사장이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11월에는 남 전 사장까지 자회사와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결국 그는 사임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고 이사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리더십에 공백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금융권과 한전 등에도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는데 남 전 사장이 연임을 하면서 '괘씸죄'를 적용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검찰은 남 전 사장에 징역 5년을 구행했지만 이듬해 서울중앙지법은 집행유예와 함께 추징금 2억7000만원,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KT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꾸리고 면접을 거쳐 차기 사장으로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선임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민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다져왔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인 옛 정보통신부를 이끈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2009년 1월 KT로 대표이사 부임했고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3월 이석채 전 회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이듬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전 정권 '코드 인사'로 분류된 곳들이 차례차례 물갈이됐다. 이 전 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와병설부터 청와대에서 그를 향해 사임을 종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잡음이 이어졌다.

이 전 회장은 퇴임설을 부인했지만, 그해 10월 참여연대 등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그를 고발했다. KT 사옥을 비롯해 이석채 회장과 임직원의 주거지가 압수수색 당했다. 검찰 수사를 받던 그는 다음 달 사임을 표했다. KT는 사표를 수리하고 표현명 텔레콤&컨버전스(T&C) 부문 사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그는 작년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듬해 1월 새로 부임한 CEO도 외부 출신 인사였다. 삼성전자 사장까지 지내고 '친박' 인사로 평가받은 황창규 회장이 선임됐다.

황 전 회장도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의 퇴진을 유도하는 시그널이 지속됐다. 2018년 KT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국회의원 90여명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됐다.

그는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으나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현재까지 KT CEO 가운데 유일하게 연임 임기를 모두 채운 인물이다.

◇구현모號 KT 지배구조 흔드는 국민연금·정치권

외풍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2019년 말에는 내부 출신인 구현모 사장이 차기 CEO로 선임됐다. 당시 이사회는 '대표이사 회장' 제도 역시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고 급여 등 처우도 낮추면서 외풍 차단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대표의 임기가 종료되지만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이 유력시됐다. 그런데 작년 12월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심사를 앞두고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서 압박이 들어왔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그동안 소유 분산 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나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선임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도 "소유 분산 기업들이 CEO 선임을 객관적,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셀프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거들었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정했지만 국민연금의 우려를 의식해 경선을 진행했다. 13명의 사내 인사, 14명의 사외 인사를 심사 대상자로 추려 KT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총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쳤다. 이에 따라 최종 후보자로 다시금 구 대표를 선정했다.

그런데 이날 국민연금은 보도자료를 통해 KT 이사회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공표했다. 국민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 책임 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초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KT는 대표 후보 결정 과정에서 언론과 국회의 자료 공개 요구에도 전혀 응하지 않는 등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KT의 '탈통신' 정책이 반복된 통신 장애를 유발했다고도 꼬집었다. 국민연금에 이어 정치권까지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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