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나노팀, 비합리적인 PER '31.5배' 할인 각오한 밸류?멀티플 과도한 '엘앤에프·천보' 포함시켜…거래소 피어그룹 정정 지시 가능성
강철 기자공개 2023-01-13 07:52:27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1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분기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나노팀이 31.46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산출했다. 아무리 전기차 테마를 투자 포인트로 잡았다고 하나 얼어붙은 증시를 감안하면 30배가 넘는 PER은 비합리적인 밸류로 여겨진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업계에선 나노팀이 공모를 진행하며 단가를 할인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애초부터 시장 컨센서스보다 비싼 가격을 산정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로 단가 할인에 나선다면 PER이 50배에 육박하는 엘앤에프는 가장 유력한 제외 대상으로 꼽힌다.
◇공모가 시가총액 최대 2490억
나노팀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작년 11월 10일 예비심사를 통과한 지 약 2개월만에 코스닥 입성을 위한 공모 절차를 본격 시작했다.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은 다음달 중순 실시한다. 수요예측 이후 청약과 납입까지 원활하게 마치면 2월 말 코스닥에서 주권 거래를 시작한다.
공모가 밴드는 1만1500~1만3000원(액면가 500원)을 제시했다. 엘앤에프, ㈜천보, SKC, ㈜후성 등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상장사 4곳의 PER과 2021년 4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의 4개 분기 누적 순이익을 토대로 단가 밴드를 계산했다.
개별 피어그룹(peer group) 4곳의 PER은 엘앤에프 48.46배, ㈜천보 38.38배, SKC 24.73배, ㈜후성 14.24배다. 이 4개 값을 합산해 31.46배의 평균 PER을 산출했다. 엘앤에프와 ㈜천보처럼 PER이 과도하게 높은 곳을 피어그룹에 포함시킨 결과 30배가 넘는 양호한 멀티플을 확정할 수 있었다.
나노팀은 이 PER에 2023년 추정 순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102억원을 곱해 3200억원의 기업가치 평가액을 계산했다. 여기에 할인율 22.2~31.2%를 적용해 1만1500~1만3000원의 최종 단가 밴드를 산출했다. 공모가 시가총액은 최대 2490억원이다.
◇전기차 테마로 투심 자극
나노팀은 2016년 12월 설립된 방열소재 전문 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시키는 갭필러와 갭패드를 양산해 국내 대기업에 공급한다. 전체 매출액의 약 95%가 갭필러와 갭패드에서 발생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LG화학 등이다. 이들 고객사와의 거래 관계를 기반으로 2019년부터 매년 100%에 육박하는 매출액 신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2021년에는 사상 최대인 매출액 270억원, 영업이익 45억원, 순이익 4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3분기 누적으로 매출액 266억원, 영업이익 25억원, 순이익 38억원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 경신을 눈앞에 뒀다. 최근 전기차의 충전 시간과 주행 거리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거론되면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방열소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것이 양호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노팀은 이러한 전기차 테마를 앞세워 기관의 투자 심리를 자극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우수한 발열 성능을 가진 열관리 소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공모주펀드에 집중 부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노팀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는 방열소재 시장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방열소재 외에도 다양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며 배터리 영역에서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는 작금의 하락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수급 흐름을 보이는 섹터다. 성일하이텍, 대성하이텍, 새빗켐, 에이치와이티씨 등 다수의 2차전지 기업이 지난해 상장 철회가 속출하는 와중에도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이를 감안할 때 나노팀이 전기차 테마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것은 합리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가 아무리 매력적인 섹터라 해도 30배가 넘는 PER을 적용한 것은 업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인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코스닥에 입성한 2차전지 상장사 가운데 30배가 넘는 PER로 공모가를 매긴 기업은 한곳도 없었다. 8월 말 상장한 대성하이텍의 경우 적용 PER이 15.2배에 불과했다.
공모가 할인율인 22.2~31.2%도 최근에 상장한 기업과 비교하면 전혀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 일례로 작년 4분기에 상장한 모델솔루션, 저스템, ㈜산돌은 할인율 상단을 40% 이상으로 설정했다.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52.2~57.8%를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나노팀이 애초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염두에 두고 비싼 가격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정 과정에서 PER이 과도한 피어그룹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공모가를 할인하는 구조를 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노팀이 지난해 6월 예비심사 청구 때와 동일한 공모가 밴드를 이번 증권신고서에 다시 반영한 점은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디스카운트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6개월 사이 급변한 업황을 외면한 채 같은 가격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피어그룹에서 엘앤에프와 ㈜천보가 빠진다면 평균 PER 멀티플은 31.5배에서 20배로 떨어진다. 1만1500~1만3000원으로 산정한 공모가 밴드도 7300~8300원까지 낮아진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단가가 만들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가 유망하다고는 하나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벤더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며 "나노팀이 2023년 추정 순이익을 작년보다 2배 넘게 잡은 것 같은데 투자자가 이를 현실적인 숫자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가 예비 상장사가 제시한 피어그룹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바로 조정 지시를 내린다"며 "㈜천보는 모르겠으나 PER이 50배에 달하는 엘앤에프의 경우 거래소에서 조정 대상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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