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융합의 경제]렉라자로 터닝포인트 맞은 '유한', 혁신 전략 방향성은국내 바이오텍 투자보다 기술이전에 집중…'미국법인' 적극 활용
홍숙 기자공개 2023-01-19 12:48:35
[편집자주]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사업을 펼치던 전통 제약회사가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 공동연구를 넘어 지분투자와 함께 파이프라인 도입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신약개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국내 주요 전통 제약회사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전략을 점검하고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7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는 국내 기업간 오픈이노베이션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국내 바이오텍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이 발굴한 선도물질을 도입하고, 얀센(Janssen)에 기술이전해 글로벌 제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까지. 유한양행의 자체 R&D와 사업개발 역량이 외부 협업과 시너지를 냈다는 게 업계 평가다.업계는 렉라자 이후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결과물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재교 전 글로벌전략부문장(전무) 이후 윤태진 전략기획실장(상무)과 김재용 기획재정부문장(상무)이 회사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이끌며 유한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단순 지분투자를 넘어 과학적으로 파이프라인을 점검해 회사에 도입할 만한 파이프라인이나 기술 중심의 회사와 적극 협업한다는 전략이다.
◇화학 박사 윤태진 상무와 재무 전문가 김재용 상무가 이끄는 '글로벌 AM팀'
유한양행은 이번달 조직개편을 통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변화를 줬다. 사업화전략팀과 글로벌 AM(Alliance Management)팀 신설을 통해서다. 이 두 부서는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투자한 기업들을 관리하고 사업화 전략을 구상하는 부서다. 특히 단순 지분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이 렉라자를 도입한 2015년은 회사가 가장 활발하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던 시기였다. 파이프라인 도입뿐만 아니라 바이오텍 투자 전용 펀드를 조성하거나 지분투자로 협업관계를 맺었다. 뿐만 아니라 투자 기업의 파이프라인의 공동개발도 병행했다.
다만 초기 비상장바이오텍 중심으로 투자를 하다보니 투자 수익만으로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15년부터 바이오텍 투자를 활발히 하던 유한양행은 한올바이오파마, 바이오니아, 이엠텍, 파멥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 5건의 투자에 대해서만 회수(exit)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회사는 단순 지분투자보다는 파이프라인 도입을 통한 R&D와 기술이전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사업화관리팀과 AM팀이라는 두개 팀을 신설해 책임과 권한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팀에서 재무는 김재용 기획재정부문장(상무)이 맡고, R&D 사업개발 전반은 윤태진 전략기획실장(상무)이 맡게 된다.
1995년 유한양행이 입사한 김재용 상무는 경희대 경영학과 학사를 졸업한 뒤, 서강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윤태진 상무는 중앙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화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오하이오주립대 화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5년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윤태진 상무는 올해 열린 JPM헬스케어 컨퍼런스 현장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전임상 및 1상단계에서 막연히 기술수출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임상 2상 정도는 끌고가야 한다는 걸 배웠다"며 "적어도 PoC(개념입증)는 확인한 후 큰 밸류로 좋은 파트너에 기술이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기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국내 초기 바이오텍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파이프라인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이전 전략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글로벌 BD 전진기지 '미국법인'...지아이와 협업한 '알레르기' 파이프라인 집중
유한양행은 2018년 20억원을 출자해 미국법인 'YUHAN USA'를 설립하며 해외 사업개발 활동을 펼쳤다. 미국법인은 보스톤과 샌디에이고에 각 사무소를 두고 운영하며, 현재까지 약 231억원을 유한양행으로부터 출자받았다. 회사는 매년 투자 규모를 늘리며 글로벌 BD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법인을 이끌고 있는 윤태원 대표는 미국법인 설립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윤 대표는 생화학분자유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글로벌 유망 파이프라인 도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렉라자 관련 주요 학술행사를 직접 챙기고 있다. 여기에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회사 내부 R&D 역량 강화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올해 열린 JPM헬스케어 컨퍼런스 현장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유한양행 본사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적기에 제공할 수 있도록 (미국) 현지 업계와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렉라자에 이어 글로벌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알레르기 타깃 'YH35324'이다. 이 물질은 2020년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했다. 총계약금액이 1조4000억원으로 유한양행이 도입한 후보물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현재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법인은 이러한 기술이전 등 BD 활동에 필수적인 해외 VC와의 네트워킹과 공동연구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윤 대표는 "미국 벤처는 돈만 있다고 다 투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을 설득하고 파트너십을 맺는 충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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