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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틱스 리포트]현대차그룹, 로봇 투자 ‘입증의 시간’ 임박②보스턴다이내믹스 29년 연속 적자...2025년 IPO 예정, 승계 레버리지 활용 기대감

강용규 기자공개 2023-01-26 07:40:15

[편집자주]

단순한 산업용 로봇에서 레스토랑 서빙이나 헬스케어에 쓰이는 서비스로봇, 그리고 인간의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까지. 로봇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산물이 아니다. 로봇 공학(로보틱스)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계에 로봇의 도입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더벨은 산업으로서의 로봇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발전해 나갈 것일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13: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투자한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자유자재로 공중제비를 도는 2족보행 로봇 ‘아틀라스’와 로봇개로 불리는 4족보행 로봇 ‘스팟’이 유명하다. 여기에 매니퓰레이터(인간의 팔 역할을 하는 장치)를 탑재한 물류로봇 ‘스트레치’도 산업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3종의 로봇 포트폴리오 중 스팟과 스트레치를 상업화했다. 아틀라스만 당분간 연구개발 과제로 남겨둔다는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점차 공학회사를 넘어 상업회사로 발돋움하면서 업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실적 성과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더로봇리포트 등 글로벌 로봇 전문지들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미 올해를 넘어 2024년 공급분의 스트레치 주문을 받고 있다. 밀려드는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스트레치의 양산 체제도 구축하는 중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로봇 '스트레치'.
(자료=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갈무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2년 3월 스트레치의 상업화를 선언했다. 그런데 독일 물류기업 DHL은 2022년 1월 당시 아직 상업화하기도 전인 스트레치의 도입을 위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3년에 걸친 1500만달러(186억원가량)의 투자계약을 맺기도 했다. 상업화 이후에도 미국 물류기업 NFI가 1000만달러(124억원가량) 규모의 스트레치를 주문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가 인수한 미국 물류기업 퍼포먼스팀의 경우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다년계약을 맺고 스트레치를 순차 도입하는 중이다. 이미 지난해 9월 2대의 스트레치가 퍼포먼스팀에 먼저 인도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스트레치에 앞서 2020년 스팟을 상업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를 통해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아직 수익성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 현대차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되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021년 실적은 매출 668억원, 순손실 1970억원이다.

그러나 2022년 들어서는 1분기 534억원, 2분기 338억원으로 손실 규모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 스트레치의 상업화 효과로 분석된다. 수익성 개선이 조금씩 수치로 확인되자 업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992년 설립된 이후 2021년까지 29년 연속으로 적자만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실적은 ‘중대 사안’이다. 2021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는 데 11억달러(당시 환율기준 1조원가량)를 들였다. 대규모 투자의 이유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중요하지만 실적 성과 역시 필요하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계약에는 계약 종료일로부터 4년 이내, 즉 2025년 6월 안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미국 증시에 상장시켜 소프트뱅크에 지분 20%의 엑시트 기회를 제공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수익을 내는 시점이 빠를수록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만큼 손익분기점 도달은 의미가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투자한 11억달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20%를 확보하기 위해 들인 사비 2491억원도 포함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실적 성과와 이후의 성공적 상장은 정 회장에게도 투자의 이유를 입증하기 위한 중대사안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특히 정 회장에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은 지분 승계를 위한 ‘실탄’ 마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재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시 정 회장도 지분 일부, 혹은 전량을 내놓으며 현금화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필요하게 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주사로 삼아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방안이 현실화할 시 정 회장은 2022년 3분기 말 기준 0.32%에 불과한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율 확대에 필요한 현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차그룹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실적 성과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 생산 규모를 늘려가는 과정에서 그룹이 보유한 제조업의 대량생산 노하우를 제공하는 등 생산기술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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