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삼국지 흔드는 알뜰폰]단순 메기냐 신산업 촉매제냐…알뜰폰 활성화 정책 향방은③여전히 미미한 수익성…요금 인하 유도보다 IoT 등 새 먹거리 지원 필요 목소리
이장준 기자공개 2023-01-31 13:09:09
[편집자주]
알뜰폰(MVNO) 사업자가 이동통신 시장에 등장한 지 10여 년이 흘렀다. 여전히 통신 3사의 위상이 공고하지만 최근 들어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기존 사업자들의 대응 방식도 다르고 금융권을 중심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신규 사업자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알뜰폰 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주요 플레이어의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0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뜰폰 가입자가 1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최근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휴대폰(핸드셋) 가입자 증가는 비교적 소폭에 그쳤고 알뜰폰 시장 매출액이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미미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요금 및 서비스 경쟁력, 이용자 보호 정책을 두루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제시했다.다만 업계에서는 이제 단순한 요금 인하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가입자 증대를 이끈 사물인터넷(IoT)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메기'를 넘어 '신산업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방안, 저렴한 요금제 출시에 방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2일 알뜰폰 지속 성장을 위한 이용자 보호 및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작년 10월 기준 1246만명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알뜰폰 시장 매출액이 전체 이동통신 매출액의 5%에 불과하고 영업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포폰 양산에 악용되는 등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요금·서비스 경쟁력은 물론 이용자 보호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종량제 도매대가를 기존 1메가바이트(MB)당 데이터 1.61원에서 1.29원으로 19.8% 인하했다. 음성의 경우 분당 8.03원에서 6.85원으로 낮춘다.
알뜰폰 사업자는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와 설비를 도매로 받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정부는 2010년부터 도매 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요청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망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익배분 대가율도 조정한다.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 도매 제공 중인 4세대(LTE), 5세대 요금제의 수익배분 대가율을 1~2%포인트씩 인하했다. 5G 평균 사용량을 고려한 20~30기가바이트(GB) 구간 도매가 이뤄지도록 관련 시스템 개발도 촉구했다.
이 밖에 중소사업자를 위해 이동통신 3사 자회사가 선불폰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선불폰 사업에서 철수하도록 했다.
다만 이들 활성화 정책은 전반적으로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를 단순히 휴대폰 통신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메기 역할에 국한하고 있다"며 "수익성 개선이나 성장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중소사업자 핸드셋 성장 한계 봉착…새로운 길 터줄까
실제 최근 알뜰폰 업계 성장 추이를 보면 핸드셋 영향은 미미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실이 29일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작년까지 알뜰폰 IoT 가입자는 518%의 성장률을 보여줬다.
반면 핸드셋의 경우 5% 증가에 그쳤다. IoT의 가파른 상승세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핸드셋 가입자를 추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2019년에는 알뜰폰 시장 내에서 핸드셋이 차지하는 비중이 88%, IoT가 11%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핸드셋이 57%, IoT가 43%로 이 비중이 조정됐다.
더욱이 중소사업자는 핸드셋 사업 성장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지난 3년간 이동통신 자회사의 경우 핸드셋 가입자가 54% 늘었다. KB국민은행 등 대기업 및 빅테크는 같은 기간 162%의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중소·중견사업자는 가격 경쟁력에 밀려 되레 가입자 수가 30% 줄었다.
그런데 사업자 규모별 매출을 보면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기업·빅테크 계열의 매출이 98%로 가장 많이 올랐지만 중소·중견사업자가 그다음(23%)을 차지했다. 이동통신 자회사의 매출 증가율(19%)을 웃돌았다. 중소사업자의 경우 핸드셋에서 줄어든 가입자를 IoT 부문에서 만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IoT 부문에서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알뜰폰이 통신 요금 인하라는 1차 목표는 달성한 만큼 또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도심항공교통(UAM) 등 추후 모든 기기가 사물인터넷화하는 건 기정사실이고 여기에도 통신모듈과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알뜰폰이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규제보다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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